# "성경에는 피를 멀리하란 명령이 있다" 수혈 거부
이 종교(여호와의증인)는 집총(執銃)과 수혈을 거부합니다. 이런 행위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죠.
"성경에는 피를 멀리하라는 분명한 명령이 들어있다" 고 그들은 주장합니다. 2010년 10월21일 여호와의증인 신도 부모가 어린 딸의 수혈을 거부하자 법원이 '종교보다 자녀 생명권이 더 중요하다'며 수혈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부모는 끝내 수혈거부 의사를 굽히지 않았고, 딸은 무수혈 치료를 받으려고 다른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집니다.
이와 관련해 방송에서 딸이 숨진 것은 수혈이 아니라 패혈증 때문이라고 입증한 보도를 했죠. 하지만 신생아 수술에서 수혈은 실혈사(失血死)를 막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인 만큼, 딸의 사인(死因)에 종교적인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등장합니다.
2015년 종교적 문제로 부모가 아동치료를 거부하면, 이를 아동학대로 보고 일시적으로 친권을 박탈하고 강제치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생깁니다.
# 68년간의, 종교적 병역거부 투쟁사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건이 처음으로 논란이 된 것은 1957년입니다. 23세 청년이 "교리에 반하여 입대를 하느니 차라리 감옥에 가겠다"고 법정에서 발언했죠.
1958년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안식교회 신자인 훈련병 7명이 집총 훈련을 거부하는 사태가 있었습니다. 군에서는 이들을 모두 군법회의에 회부했죠. 이 병사들은 징역 6개월 실형을 살았습니다.
1974년 유신체제를 강화하며 긴급조치를 선포한 그해 7월 입대를거부한 여호와의증인 신도 68명이 구속됩니다. 이들 신도들의 아버지 중 공무원이었던 4명을 해임.좌천시키기까지 합니다.
이런 강경한 분위기에 병역을 거부했던 신자가 개심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죠. 그는 "부산 앞바다 간첩선 사건 만행을 보니 집총 거부가 평화를 위한 길이 아님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그해 12월엔 여호와의증인 강원도 영동지방 대표 12명이 '청년신도들의 병역기피는 교리를 잘못 이해한 탓'이라며 지도계몽을 결의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 대체복무제 '대안' 마련도 안됐는데, 덜컥 병역거부 무죄
11월5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한 의원은 종교적 병역거부 대법원 무죄판결을 받은 여호와의증인 신도 오모씨는 이제 군대에 안 가게 됐는데,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소급해서 복무를 하느냐고 묻습니다. 대체복무제 입법도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법원이 무죄의견을 내면, 오모씨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달라고 따집니다.
이 판결의 혼란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입니다.
'양심적인 병역거부'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논란이 증폭되고 있죠.
# 병역을 받아들이는 일은 비양심적이란 얘기냐
그렇다면 병역 자체가 '비양심적'인 일이라는 의미냐?
병역을 말없이 받아들이는 국민이 비양심적인 사람들이란 뜻이냐?
이렇게 반발하고 있는 거죠. 이에 대해 대법원은 '옳고그름을 판단할 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괴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이 양심적인 것의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대법원 설명대로, 강력하고 진지하고 절박하고 구체적으로 병역 거부하면 괜찮은 건가
하지만 그것이 종교적 신앙에 의한 것이라는 규정이 아니기에, 누구나 저렇게 자신의 심경을 주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호함은 여전히 열려있습니다.
11월7일 국회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와 관련한 제도방향을 논의할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국방위 소속의 김종대(정의당),민홍철,박주민,이철희,전해철(이상 민주당)의원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등 시민단체들이 공동주최했죠.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존중하면서 현역복무자와의 형평성을 맞출 수 있는, 인권기준에 맞는 방향을 찾아보자는 자리입니다.
이것이 징역으로 종교적 소신을 실천해왔던 여호와의증인들에게 국가가 신앙을 실천할 수 있는 여지를 주면서도, 병역 의무를 마땅히 실천해야 하는 다른 군복무자들의 허탈을 막을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낼지는 더 두고봐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이 오래된 문제에 관해 (좀 엉겁결에 달려들긴 했지만) 품격있는 정책적 모색을 시작한 한 걸음으로서의 가치는 있어 보입니다.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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