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다음 달 1일 사임한다고 7일(현지시간) 깜짝 발표했다. 김 총재의 임기는 아직 3년 이상 남아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이날 성명을 통해 김 총재가 내달 1일 세계은행 총재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김 총재는 향후 개발도상국에 인프라 투자를 하는 민간 회사에 합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의사이자 보건 전문가인 한국계 미국인 김용 총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지명으로 2012년 아시아계 최초로 세계은행 총재직에 올랐다. 이후 2016년 9월 연임에 성공해 2021년까지 임기가 남아있다.
김 총재의 갑작스러운 사임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CNBC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하여 김 총재의 사임은 자발적인 의지에 따른 것이라면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쫓겨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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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세계은행이 기후변화 정책이나 중국에 대한 대출 등에서 의견이 상충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세계은행은 기후변화 억제를 위해 석탄발전 프로젝트 지원을 중단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석탄산업 부활을 공약했다. 또한 세계은행의 최대 주주인 미국 재무부는 세계은행이 중국에 너무 많은 대출을 제공하고 있으며 조직 내 보수가 지나치게 관대하다며 비판해왔다고 WSJ는 전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재무부는 세계은행 지원금을 130억 달러 증액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많은 국제기구에 비판적인 점을 감안할 때 미국으로부터의 자금 확보는 김 총재의 중대 성과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김 총재는 7일 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민간 부문에 합류하는 기회는 예상치 못했던 것이지만, 이것이 기후 변화와 신흥시장의 인프라 부족 같은 주요 글로벌 이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길이라고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불가리아 출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 최고경영자(CEO)가 총재 대행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재는 보건 전문가로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 국장을 지냈으며, 2009년 한국계 최초로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한 곳인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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