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기가지니’가 국내 인공지능(AI) 스피커 제품 가운데 디자인이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IPTV(인터넷TV) 셋톱박스와 결합한 기가지니 1세대 모델이 벽걸이형 TV를 갖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고 크기도 커 고객 불만이 컸다는 점이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최근 컨슈머인사이트의 ‘제28차 이동통신 기획조사’ 결과, AI 스피커 이용자의 전반적 만족률은 45%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브랜드별로는 카카오 ‘미니’가 50%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네이버 ‘클로바’(46%), SK텔레콤 ‘누구’(44%), KT ‘기가지니’(43%) 순이었다. 카카오 ‘미니’는 2위 네이버 ‘클로바’보다 4% 포인트 높았고, 나머지 브랜드는 모두 1~2% 포인트 차로 몰려 있다.
브랜드별 특징을 보면 카카오 ‘미니’는 음성인식 콘텐츠 측면에서 경쟁 우위인 반면 특별한 약점이 없어 1위에 올랐다. 반면 KT ‘기가지니’는 디자인 측면에서 특히 낮은 평가를 받았다. 기가지니는 가격 부문에서도 가장 경쟁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KT 기가지니 1세대 모델이 사용 형태를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소비자 불만이 속출했다는 설명이다.
2017년 1월에 출시한 기가지니는 세계 최초 인공지능 TV라는 기치를 걸고 IPTV와 인공지능을 접목한 형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TV 옆에 배치가 돼야 했다. 하지만 벽걸이형 TV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들은 기가지니를 설치하기 적합하지 않았다. 기자지니가 크기도 컸기 때문에 TV 장식장 같은 거치대가 없으면 거실의 인테리어를 해치기까지 했다는 게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AI 업계 관계자는 “요새 가정에는 벽걸이형 TV 보급이 많이 되고 있는데, 기가지니는 그런 요소를 고려하지 못해 소비자 불만이 굉장히 많았다”면서 “나중에는 본사의 영업압박이 계속되니 영업소별로 별도의 거치대를 설치해주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크기도 커 디자인 측면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경쟁사의 제품은 인기 캐릭터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친숙감을 높이며 인기를 얻고 있다는 평가다
‘세계 최초 인공지능 TV’를 지향했던 기가지니는 광고에서 해당 문구를 삭제하기도 했다. KT는 기가지니를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TV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했지만, IPTV를 음성 비서와 연동했다는 점에서 기가지니를 세계 최초 인공지능 TV로 보기 어렵다는 문제 제기가 일어났고 논란이 커지자 KT는 최종적으로 ‘세계 최초’ 문구를 빼기로 했다.
이후 KT는 LTE(롱텀에볼루션) 기반 AI 스피커 ‘기가지니 LTE’와 크기를 줄인 ‘기가지니 버디’, AI를 적용한 어린이용 스마트워치 ‘기가지니 키즈워치’ 등 기가지니 패밀리를 공개하며 AI 스피커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한편, 국내 AI 스피커 시장은 SK텔레콤이 2016년 9월 ‘누구’를 처음 출시한 이후 KT의 ‘기가지니’와 네이버의 AI 플랫폼 ‘클로바’, 카카오의 ‘카카오 미니’ 등의 제품이 연이어 나오면서 통신기업과 인터넷기업 등 주요 ICT 기업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AI 스피커의 보급이 급속히 증가하며 올해 국내 AI 스피커 보급 대수는 800만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한 집에 한 대씩이란 가정 아래 국내 2000여만 가구의 약 40%가 AI 스피커를 보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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