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오랜 기간 경제 정책의 근간이 되는 월별 근로조사 통계를 잘못된 방식으로 처리했다는, 이른바 '통계부정'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번 파문이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를 흔들어 오는 11월 역대 최장기 총리가 되는 아베 총리에게 역풍으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매월근로통계(每月勤勞統計) 부정 문제와 관련, 국회 중·참 양원 후생노동위원회의 규탄에 대해 의심이 더 생기지 않도록 특별 감찰위원회의 추가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고 요미우리신문과 주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이 25일 보도했다.
일본 국회는 전날 심사 과정에서 후생노동성이 발표하는 매월근로통계의 부정에 대한 심사를 열었다. 부정 행위가 발각된 뒤 국회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근로통계는 종업원의 급여 추이 등을 파악하기 위해 임금과 초과근무 수당, 노동시간 등을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월별로 추이를 조사하기 때문에 '매월근로통계'로 통한다. 경제지표를 산출하거나 정책 자료 등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지난 15년간 근로통계의 데이터를 조작해온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통상 종업원 500인 이상 업체의 경우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조사해야 하는데 2004년부터는 도쿄도 내 500인 이상의 업체 가운데 3분의 1 정도만 조사해 온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또 후생노동성은 작년 6월 근로통계를 바탕으로 임금인상률이 전년 대비 3.3% 증가해 '21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발표했으나 이번 문제가 드러난 뒤에는 문제가 된 자료를 수정, 증가폭을 2.8%로 낮춘 것도 비난을 받고 있다. 부정행위가 드러난 뒤 감사 과정에서도 과장 보좌급 이하 1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야 했지만 일부 직원만을 대상으로 조사를 축소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여야는 한 목소리로 정부가 아베노믹스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근로통계를 부풀리는 등 의도적으로 정보를 훼손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근로통계를 부풀려 조직적 은폐론까지 불거지면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아베 총리가 올해 10월 소비세 증세를 근간으로 새로운 아베노믹스를 가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만큼 국정 운영에 차질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오는 4월과 7월 각각 통일지방 선거,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야당의 정치 공세도 심화될 가능성도 높다.
한편 통계부정 관련 논란이 커지자 총무성은 전체 기간 통계에 대한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기간 통계는 국가의 통계 가운데서도 공공성이 높아 중요한 통계를 뜻한다. 점검 결과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통계조사 22건 가운데 21것은 통계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3연임에 성공해 오는 11월 역대 최장수 총리로 등극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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