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에 대한 승인투표를 또 다시 연기하기로 했다. 벌써 세 번째다. 브렉시트가 약 45일 남은 상황에서 무리한 '시간끌기'로 노딜 브렉시트(영국이 아무런 합의없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는 것) 가능성을 높인다는 비난이 나온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12일(현지시간) 이날 하원에 출석, 당초 이번 주로 전망됐던 브렉시트 승인투표를 연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되고 있는 백스톱(안전장치)에 대해 EU와 논의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국 의회 승인투표는 브렉시트 합의안의 비준 동의 바로 전에 실시하는 것으로, 사실상 브렉시트의 마지막 단계다. 영국 정부는 의회의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 EU 탈퇴법을 제정, 합의안에 대한 비준동의를 하기 전에 EU와의 협상 결과를 하원 승인투표에 부치도록 했다.
앞서 의회는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한 뒤 백스톱을 다른 대안협정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메이 총리는 EU와의 재협상을 추진한 뒤 최대한 빨리 승인투표를 진행하되, 13일까지 투표에 부치지 못할 경우 다음날(14일) 향후 계획에 대한 결의안을 내놓기로 했다.
메이 총리가 승인투표를 벌써 세 번째 연기함에 따라 45일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의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노동당 등 주요 야당 사이에서 메이 총리가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내 다른 관료들의 '근무 태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백스톱은 별도의 합의가 나올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의 관세동맹에 잔류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아일랜드공화국과 영국령 북아일랜드 간 국경에서의 '하드 보더(국경 통과 시 엄격한 통관 절차 적용)'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브렉시트 강경파들은 일종의 안전장치인 백스톱이 가동될 경우 영국에 불리해질 수 있다며 반발하는 상태다.
메이 총리는 오는 26일까지 EU와의 합의를 시도하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다음 날(27일) 향후 계획과 관련한 결의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지만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편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마크 카니 총재는 이날 금융 관련 행사에서 "브렉시트는 글로벌화를 되돌리는 시금석이 될 수 있으며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카니 총재는 "브렉시트까지 45일 남았다"면서 "파운드화 평가절하 등 통화정책이 소득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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