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영국 유명 축구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사우디 정부가 밝혔다. 대신 파키스탄과 인도 등 아시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마켓워치의 17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투르키 알샤바나 사우디 언론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무함마드 왕세자가 맨유 인수를 원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오해"라고 밝혔다. 맨유 측이 광고 후원 프로젝트와 관련, 사우디 공공투자기금(PIF)과의 회의 진행하긴 했으나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PIF는 사우디 국부펀드다. 작년 기준 약 2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투자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사우디 경제 개혁의 핵심 자원 중 하나인 셈이다.
앞서 영국 일간 선은 작년 10월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38억 달러를 웃도는 금액에 맨유를 인수하는 작업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가 결혼 관련 서류를 받으러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 갔다가 피살된 시기와 맞물린다.
당시 외신들은 피살 배후로 떠오른 무함마드 왕세자가 세간의 눈을 돌리기 위해 맨유 인수전에 나섰다고 평가했으나 사우디 정부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맨유 인수설을 일축하는 정부 입장이 나온 뒤 사절단과 함께 파키스탄과 인도 등 아시아 순방을 시작했다. 알자지라 등 외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날 오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하자마자 정유·액화천연가스(LNG) 설비 건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 총 2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파키스탄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인한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20년간 중국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만 400억 달러에 달한다. 사우디는 이미 파키스탄에 60억 달러 규모의 차관 지원도 약속했다.
18일에는 인도로 이동해 원유 공급 등 에너지 분야와 인프라 투자 관련 경제협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사우디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을 방문, 에너지·인프라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우디의 통 큰 투자 행보 배경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외신들은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의 국제적 영향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을 과시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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