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주변 미·중·러·일 4강이 남북한을 중심으로 서로 대치하고 모습이다. 1950~53 한국전쟁 당시 신생 사회주의국가 중국은 미국에 대항하며 북한과 혈맹의 관계를 돈독히 했다. 또한, 이 전쟁을 통해 한미동맹이란 틀이 마련되어 한국 경제와 정치 및 가치관 형성의 기반이 되었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했던 일본은 한국전쟁과 월남전에서 후방 병참기지의 역할을 하며 경제재생의 기회를 맞이했다. 그리고 미일 동맹을 통해 자국 안보 능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동북아 국제관계의 대립각을 활용해 강국으로 올라섰다. 또한, 구소련의 해체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되었던 러시아도 다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의 부상은 동북아 경제·안보지형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동북아에 북핵문제로 유발된 대립과 모순의 복잡한 구도가 형성하고 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정책을 시작한 후 1980년대말 소련과 동구권의 변화를 목격했고 ‘천안문사건’이라는 정치·사회적 혼란도 거쳤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길을 걷던 한국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치르며 북방외교를 통한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수교로 경제·외교적 영역을 넓혔다. 또한, 중국에 대해서는 천안문사태의 여파로 서방이 보이콧하던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에 적극적인 참가를 도와 한중관계 개선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1992년 한중수교는 우리가 휴전선으로 남북이 대치되는 상황에서 중국을 통해 북한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북중 관계의 변화 속에 한반도 안보지형은 복잡해졌다.
동북아 국제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2006년 첫 핵실험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6차례의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까지 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북한이 한국, 미국 및 중국, 러시아와 교류 및 협상을 강화하는 것은 핵과 미사일을 도구로 국제관계의 역학구조를 활용한 북한의 생존전략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이 한국과 교류하며 미국과 협상의 기반을 만들고, 다시 중국, 러시아와 관계를 복원한 것은 북한이 동북아 국제관계의 ‘모순’을 자국에 유리하게 만들고자 하는 의도이다. 북한의 이러한 생존전략은 동북아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높여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및 일본의 전략 변화도 이끌어 내고 있다. 동북아 주변 강대국들은 남북한 대립의 한반도를 동북아 국제관계라는 틀에서 자국의 세계전략과 연계하며 대외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남북한과 한반도를 중심으로 세계를 본다면, 그들은 자국의 세계전략이라는 틀에서 동북아와 한반도 그리고 북핵문제를 본다고 할 수 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 간 여러 형태의 정상회담이 이어질 것이다.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라는 우리의 희망과 어떻게 하모니를 이루게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남북한의 평화적 교류와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은 우리 민족에게 좋은 일이다. 그러나 동북아국제관계가 변화하는 과정에 강대국의 이익이 한반도 문제에서 서로 충돌하는 경우 한반도 주변의 국제관계는 다시 복잡해질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북미 협상은 조심스럽게 한 발짝 한 발짝 진행되어야 할 것이고, 꾸준히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회담의 동력이 한반도 주인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한국 정부의 국제사회에 대한 외교력은 매우 중요할 것이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동북아 국제환경을 변화시키고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선언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우리는 북미관계의 변화가 동북아 국제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며 동북아국제 국제환경을 거시적으로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과거 한반도 주변의 근현대사의 역사는 우리에게 은감불원(殷鑑不遠)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