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회담 결렬] 링 오른 '협상가' vs '승부사'…'+α' 도출 못한 벼랑 끝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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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9-03-0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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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정상 이질적 협상 스타일에 비핵화 정의도 못 내려

  • '北살라미' 전술 vs 美역살라미' 전술로 협상 답보 상태

  • '전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톱다운 대화 방식도 문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내 결렬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시계 제로에 빠졌다. [사진=AP·연합뉴스]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최악의 결과를 도출했다. '세기의 핵담판'이 끝내 결렬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제2차 핵담판에서 빅딜은커녕 미들딜도 스몰딜도 합의하지 못했다.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을 둘러싸고 벼랑 끝 전술에 나선 '협상가(트럼프)'와 '승부사(김정은)'가 서로 마주 보며 달리는 폭주 기관차처럼 파국으로 내달린 셈이다.

세기의 핵담판 본게임 전 북·미 양국 실무협상단이 치열한 줄다리기 협상을 전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비핵화에 대한 '정의부터 내리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로 해석한 반면, 북한은 '한반도의 항구적 비핵화'에 방점을 찍었다는 얘기다.

◆美, 영변+α 원했지만…비핵화 정의조차 실패

최소 '스몰딜+알파(α)'를 예상했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북·미 양국이 영변 핵의 부분폐기부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낙관론자들의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세기의 담판이 결렬된 이유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 간 인식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한 북한에 맞서 미국이 '과감한 비핵화 조치 없이 제재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을 가능성이 크다.

핵담판 본게임 전에 이뤄진 실무협상에서 미국은 '영변 핵폐기+α'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변 핵시설 이외에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풍계리 핵실험장 등과 함께 북핵 관련 시설의 신고·사찰·검증 로드맵을 비핵화 조치로 내놓으라고 압박한 셈이다. 영변에는 현재도 고농축 우라늄 생산 시설 등을 가동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비핵화 상응조치로 종전(평화)선언을 비롯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연락사무소 설치, 일부 제재 유예 등을 거론했지만, 북한은 '영변 핵폐기'에 집중하면서 미국이 원하는 +α를 끝내 내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톱다운 형식도 문제였다. 외교가 안팎에선 애초부터 협상가와 승부사, 단 둘만이 링에 오르는 담판 형식을 우려했다. 권력자의 끝장 담판은 '전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all or nothing)' 게임이다.

제2차 핵담판 전부터 북·미는 '고위급→실무' 수순인 톱다운(선 정상 합의-후 실무자 세부합의) 방식의 실무 협상을 가동했다. 이는 통상적인 각 정상 간의 협상 방식과는 반대다. 비관론자들이 '빈손 회담'에 그칠 것으로 우려한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28일 결렬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역이 재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北 살라미 vs 美 역살라미…지정학적 경쟁 불가피

두 정상의 이질적인 기질과 협상 전술도 회담 결렬에 한몫했다. 거래를 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12 싱가포르 회담 전에도 '협상판'을 깨면서 김 위원장을 쥐고 흔들었다. 김 위원장은 친서와 함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미국으로 보내면서 '트럼프 달래기'에 나섰다.

일각에선 제2차 핵담판 이전 '낮은 수준'의 합의에 군불을 땐 미국이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말려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과거 핵 협상 때마다 비핵화 협상을 최대한 잘게 쪼개는 식의 주고받기 협상을 전개하면서 지연 전술을 폈다.

지난해 말 서서히 막이 오른 양국 간 실무협상에서도 핵 담판은 북한의 살라미와 미국의 역살라미 전술로 답보 상태에 봉착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의 일괄 타결보다는 쪼개기를 통한 이익 극대화 전략을 펴자, 미국은 속도 조절로 맞불 작전을 펴면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문제는 '후유증'이다. 제2차 핵담판의 판이 깨지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일·러의 지정학적 경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북핵에 따른 미국의 일극주의나 중국의 변수 등은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반도 평화체제도 혼돈, 그 자체다. 한반도 평화의 전제조건인 ‘북핵 폐기’는 87년 체제 이후 출범한 모든 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대표적인 난제였다.

문민정부 때인 1993년 3월 12일 북한이 돌연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 제1차 북핵 위기를 맞은 이래, 북한의 도발은 문재인 정부 1년 차 때까지 계속됐다. CVID는커녕,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봉인(CVC)' 등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끝내 결렬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비핵화와 상응 조치 내용. [그래픽=김효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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