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4대강 보(洑) 일부 철거 방침이 옳은지 여부는 전문가가 현장을 철저히 살피지 않으면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철거 방침에 대해 공주보철거반대투쟁위원회의 한 투쟁위원은 “공주보를 파괴하면 나도 같이 죽겠다”는 극단적인 발언을 하고 있고, 7일 영산포에서는 대규모 반대 궐기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쯤 되면 정부의 방침이 썩 옳은 게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나주시 농업회의소 김영욱 사무국장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영산강에 재첩과 다슬기가 돌아왔고, 황포돛대가 떴다. 보를 없애겠다는 것은 과거 악취나는 도랑 시절로 돌아가자는 말과 똑같다”라고 말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도 철거 반대가 더 우세하다.
그럼에도 정부가 철거를 강행하려는 것은 이전 정부 적폐청산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전 시장이나 도지사가 추진한 사업계획서는 취임과 즉시 쓰레기통에 들어가기 일쑤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자신이 입안한 사업들이 후임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외면 당한 걸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기업도 물론 마찬가지다.
프로야구 10구단 'KT 위즈'의 창단은 당시 이석채 KT 회장의 열성적인 지원속에 이뤄졌다. 2012년 말, KT는 수원시와 손을 잡고, 전라북도-부영 연합팀과의 경쟁에서 이겼다. KT가 부영보다 훨씬 많은 200억원의 야구 발전기금을 제시하는 바람에 한국야구위원회는 KT 손을 번쩍 들어준 것.
KT의 의욕적인 창단에 수원시는 300억원에 달하는 수원 야구장 리모델링 비용을 자체 부담하는 통 큰 결단으로 화답했다. 신생팀 KT 위즈의 신바람은 2014년 1월 KT 회장으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취임함으로써 완전히 사그라졌다.
황 회장은 “새로운 통신 산업 개발에 큰 돈이 드는데, 프로야구단 지원을 할 수 없다”며 투자 축소로 급선회했다. 스포츠팀의 성적은 우수한 선수의 영입과 정 비례 한다. 비싼 돈을 들여야 메이저리그급 선수를 데려오고 국내 대어급 FA(자유계약선수)를 스카웃 할 수 있다. 인색한 투자는 고스란히 최하위 성적으로 돌아왔다.
KT 위즈는 2015년 KBO 리그에 진입한 이래 3년 연속 최하위인 10위의 수모를 당했다. 지난해는 감독 교체 등 팀이 어수선해진 NC 다이노스의 극심한 부진을 틈타 겨우 2게임 차로 꼴찌를 면하고 9위를 기록했다. 야구단 투자에 부정적인 황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 여서 KT는 올해도 중위권 도약이 힘들어 보인다. 적폐청산, 함부로 했다가는 조직이나 단체가 흔들린다는 걸 KT 위즈가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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