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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후 미군 반출 신흥사 경판 1점 돌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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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선 기자
입력 2019-03-2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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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사]

신흥사 경판 1점이 국내에 돌아왔다.

대한불교조계종 설악산 신흥사는 지난 18일 미국 시애틀에 능인사 주지 지상스님 등을 보내, 6.25전쟁 직후 경판 1점을 반출한 당시 미 해병대 중위 리차드 B. 락웰(92)씨로부터 경판을 65년만에 직접 돌려받았다고 26일 밝혔다. 이번에 반환된 신흥사 소장 경판은 87장~88장의 양면 판각 목판이다.

1954년 10월 속초에 주둔하던 미 해병대 중위 락웰씨는 부대원들과 수색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중 신흥사에 들러 폐허가 된 신흥사 경내를 살펴보다가 파괴된 전각 주변에서 경판 1점을 수습한 뒤, 같은 해 11월 이를 가지고 미국으로 돌아갔었다.

락웰씨는 신흥사에서 수습한 경판 1점을 자택에 보관해 왔으나, 신흥사에서 수습한 경판이 우리나라의 중요한 역사자료란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다시 돌려주고자 했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지난해 1월, 락웰 씨는 한국에서 미 해병대 장교 재직(1953~1954) 시절 자신이 촬영한 속초시 옛 사진자료(35㎜ 컬러슬라이드필름) 등 279점을 속초시립박물관에 기증 의사를 밝히던 과정에서 경판의 소장 사실도 알려, 이를 함께 돌려주고 싶다는 의사를 속초시립박물관을 통해 전했다.

속초시립박물관은 지난해 3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미국인 소장 기록사진과 경판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등 조사 및 환수업무를 요청해 재단이 락웰 씨가 이메일로 보내온 경판 사진을 전문가에 의뢰해 분석하고 재단 소속 미국사무소 직원을 시애틀에 거주하는 락웰씨에 보내 경판의 실물 확인과 국외 반출경위 등을 조사한 후 신흥사에서 반출된 경판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2월, 신흥사는 재단으로부터 신흥사 경판 1점을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는 주한미군 출신 락웰씨가 보관하고 있고 이를 신흥사에 돌려주고자 한다는 통보를 받고 능인사 주지 지상스님을 현지에 보내 18일 시애틀 소재 락웰씨 자택을 찾았다.

지상스님은 경판을 잘 보관한 뒤 이를 돌려주기로 결심한 락웰씨에게 신흥사 주지 명의의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번에 돌아온 신흥사 소장 경판 1점은 ‘사찰에서 수행했던 일상의 천도의식과 상용의례를 기록한’ ‘제반문’ 경판이다. 신흥사에 전해오던 ‘제반문’ 경판은 전체 88장으로 구성된 총 수량 44점 내외로 추정되나, 6.25전쟁을 전후로 대다수가 없어져 현재 신흥사에는 14점만 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반환된 경판은 ‘제반문’의 마지막 장에 해당하는 88장이 87장과 함께 목판의 양면에 새겨진 형태로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반문’ 경판은 17세기 조선시대 인쇄술을 보여주는 자료로 당대 사찰의 경전 간행 사실과 당시 승려들의 생활상, 불교의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크고 87장과 88장에 각각 시주자의 이름이 ‘연옥’, ‘김우상양주’로 확인돼 목판 조성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도 추가로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신흥사는 이번에 돌아온 경판은 비록 1점에 불과하지만 6.25전쟁 전후로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입은 당시 상황을 다시 한 번 생생하게 환기시켜 전쟁과 같은 국가적 혼란기에 문화재의 우선적 보호가 얼마나 중요하고 절박한지 새삼 일깨워 줬다며 멸실된 줄 알았던 신흥사 경판을 뒤늦게라도 조건 없는 자진 반환방식으로 돌려준 락웰 씨의 양심적 행동은 ‘전쟁으로 인한 문화재 피해의 원상회복’이라는 난제와 마주한 지구촌 모든 이들에게 실현 가능한 해법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돌아온 경판은 보존 상태를 점검한 뒤, 26일부터 설악산 국립공원 소공원 내 신흥사 유물전시관 1층에 전시돼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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