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위 전방절제술‧항문수기문합술은 로봇수술만으로는 제거가 불가능한 초저위 직장암을 체외수술과 결합해 항문을 보존하며 암을 제거하는 고난이도 수술법이다.
직장은 대장 내 결장과 항문을 연결해주는 부위로 대변을 항문으로 배설하기 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직장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인 직장암은 한국인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직장암 환자는 15만3278명에 달한다.
골반이 감싸고 있는 직장에 암이 발생할 경우 공간적 제약으로 암을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 직장암 환자 치료는 재발을 막기 위해 항문까지 절제하는 복회음절제술이 주를 이뤘다. 암을 확실히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소장이나 대장의 일부를 배 밖으로 빼내 피부와 봉합한 인공항문(장루)을 평생 달고 살아야하기 때문에 미용적인 측면과 삶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항문과 5cm 이하 거리로 근접한 초저위 직장암의 경우 골반 내 공간이 종이컵 하나 크기 정도다. 직경 8mm 로봇팔 조차 접근이 불가능해 기존 방법으로는 직장 절단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김정연 교수는 로봇수술과 체외수술을 결합한 초저위 전방절제술과 항문수기문합술을 통해 항문을 보존하면서 직장암을 제거했다. 이 수술은 직장 주위의 장간막을 박리한 뒤 항문으로 직장을 빼내 몸 밖에서 수기로 암이 발생한 직장을 제거하고 항문과 대장을 문합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가 현재까지 직장암 환자 33명에게 초저위 전방절제술‧항문수기문합술을 시행한 결과 70%의 환자가 완전한 배변조절이 가능했으며, 나머지 25%의 환자도 괄약근의 미세한 기능문제만 나타났다.
또 전체적인 기능평가에서도 88%의 환자가 괄약근 기능을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문의 내괄약근과 외괄약근의 기능을 동시에 나타내는 최대 수축기항문압 평가 역시 정상 기능의 75%까지 유지됐다.
김 교수는 “직장 절제 후 대변을 참지 못하거나 빈뇨 등의 증후군이 빈번하게 나타나 환자의 삶의 질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그러나 로봇수술기를 이용한 정교한 수술로 항문괄약근과 이를 조절하는 직장 주위 부교감 신경들을 최대한 보존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