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을 만나 한 청년이 눈물을 쏟았다. (사진 1)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진보·보수를 망라한 80여 개 시민단체 대표 10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다.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정권이 바뀌고 청년들이 많은 기대를 했지만 아직 정부가 청년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이 단편적이다. 정부가 청년들의 삶 전반을 진중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청년 정책이 행정실무 중심 논의에 빠져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며 울었다. 공교롭게도, 그의 절규는 지난주 서울과 지방의 ‘청년몰’ 현장을 둘러보고 쓸 예정이었던 이번 칼럼의 결론과 다르지 않았다.

[<연합뉴스>]

[사진=이승재]
지난 3월 28일 오후 5시쯤 찾은 경동시장에 상생장은 없었다. (사진 2) 2층 올라가는 계단 끝 재기발랄한 벽화는 자욱한 먼지에 풀죽어 보였다. 선반 위 와인 잔의 거미줄,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테이블, 의자는 지난 2년 화려했던 과거의 반전이었다. (사진 3)가게를 차렸던 청년들의 행방을 물어봐도 아는 이 없었다. 바로 아래 청과물 시장 직원도, 그 옆 인삼가게 사장도 올초 상생장이 문을 닫은 이후 전화번호 하나 안 남겼다고 했다.

[사진=이승재]

[사진=이승재]
대신 활짝 웃는 웃음,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 젊은이들이 곳곳에 보였다. 이들 중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지 않은 이가 많았다. 달콤폭신한 프랑스 과자인 ‘다쿠아즈’ 등을 파는 자매제과 신수진(언니) 사장은 “청년몰 제도를 몰랐다”고 한다. 원주 출신인 그는 제품 생산을 담당하는 동생((신수란)과 함께 가게를 차릴 준비와 계획을 미리미리 착실히 했다. 요즘 젊은층 '최애 SNS'인 인스타그램으로 홍보와 마케팅을 활발히 했다. 건어물과 곡물튀김을 파는 ‘인어아가씨’도 문전성시를 이루는 대박집이다. 이 가게 역시 청년몰이 아니다. 못 받은 정부와 지자체 지원이 아쉽지 않다. 관(官)의 지원을 받은 원주청년몰의 상당수 청년 창업가들이 경동시장 상생장처럼 몰락했기 때문이다.
강원도가 원주시장에 파견한 청년몰활성화사업단 직원을 봐도 그렇다. 내 명함을 받고도 자신은 주지도 않은 그는 “청년몰 활성화를 위해 무슨 일을 하느냐, 담당 센터장이 누구며 연락처가 뭐냐”고 연신 물어봐도 “알려줄 수 없다, 인터넷을 찾아보라,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 지난 1월 화재 이후 일부 청년몰이 옥상에 임시 매장을 냈다. 이 역시 관의 지원으로 만들어졌는데, 찾는이 없이 휑하다.(사진 5)

[사진=이승재]
다시 경동시장. 2019년 여름 개장을 목표로 경동시장을 포함한 전국 9개 시장에서 청년몰에 입주할 상인을 모집·심사 중이다. 경동시장 청년몰조성사업단 이훈 팀장은 청년몰 사업 성공의 열쇠는 청년사장의 인성(人性)이라고 말한다. 성실함은 기본이고 함께 입주한 동료 청년 상인, 또 기존시장 상인들과 잘 지내는, 인성을 갖춘 청년사장들은 성공한다고 한다. 그저 정부 지원으로 큰돈 들이지 않고 내 가게를 연다는 생각으로 들어온 이들은 오래가지 못 간다는 말이다. '될 성 부른 떡잎'을 찾아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좌판을 벌여 손님을 끌어 모으는 청년들을 직접 스카우트해 청년몰에 입점시켰더니 월 매출 수천만원을 올리더라고.
관치(官治)에 대한 아재개그가 있다. "이창호, 이세돌 등 세계 최강 한국 바둑을 일거에 망가트리는 방법은 딱 하나, 바로 정부에 ‘바둑부’를 설치하는 거다" 과거 정부가 직접 음식 한류 세계화를 지원하는 업무를 시작하자 막 불기 시작한 한류 바람이 잦아든 것과 비슷한 이치다. 청년몰 정책은 달라져야 한다. 의지와 능력이 없는 무늬만 예비청년사업가들에게 돈과 설비를 퍼주는 대신 진짜 청년장사꾼을 ‘발굴&육성’하는 방식으로 대전환 해야한다. 그래야 “청년 정책이 행정 실무에 빠져있다”며 우는 청년이 다시 나오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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