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오늘 헌재가 선고한 '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 사건에서, 낙태한 여성 등을 처벌하는 위 조항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것임을 인정한 데 대해 환영한다"면서 "이번 결정은 그동안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태도를 바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인권위는 낙태한 여성을 형사처벌하는 위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 건강권과 생명권, 재생산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헌법에 반한다는 의견을 헌재에 제출한 바 있다.
인권위는 "우리나라 형법은 예외 사유를 두지 않고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있고,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사유도 매우 제한적"이라며 "이로 인해 여성이 불가피한 사유로 낙태를 선택할 경우 불법 수술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의사에게 수술을 받더라도 불법이기 때문에 안전성을 보장받거나 요구할 수 없다. 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여성의 건강권, 나아가 생명권이 심각하게 위협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올해 3월 안전하지 않은 낙태가 모성 사망과 질병의 주요원인이므로 △모든 낙태를 비범죄화할 것 △처벌조항을 삭제할 것 △낙태한 여성에게 양질의 의료접근권 제공 등을 한국 정부에 촉구했다"며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 역시 2017년 낙태를 겪은 여성을 비범죄자화해 여성의 성 및 재생산 건강과 존엄성 보호의 권리를 보장 등을 한국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또 "국제적으로 낙태를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상충하는 것으로 보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난 지 오래고, 오히려 낙태를 국가가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게 안전한 낙태의 조건을 요구하는 데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결정이 재생산권의 보장, 안전한 낙태를 위한 보건의료 제도의 확충, 태어난 아이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양육 환경 조성 등 사회 전반의 인권 수준 향상을 위한 생산적인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후 낙태와 관련한 국회 입법 과정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의견을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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