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정페이 화웨이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을 포함한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게 화웨이 5G 칩의 판매를 고려할 것"이라며 "이와 관련 애플에 '열려'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발 주자에 속하지만 빠른 성장세를 발판 삼아 3위 업체로 발돋움했다. 당초 저가 스마트폰 판매를 공략했지만 최근에는 삼성·애플 등을 경쟁자로 삼고 하이엔드 시장의 지분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결과 5G 네트워크에 호환 가능한 스마트폰용 모뎀과 프로세서 등 자체 칩을 개발했다.
이미 자체 프로세서를 갖고 있는 애플 입장에서는 화웨이의 기린 980(Kirin 980)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5G 기반 칩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5G 서비스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단말기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애플은 아직 관련 장치를 출시하지 않은 상태기 때문이다.
문제는 5G용 모뎀 수급 절차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에 퀄컴과 인텔의 모뎀을 탑재해왔다. 그러나 인텔의 경우 2020년까지 관련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퀄컴은 5G를 지원하는 모뎀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특허 관련 분쟁을 겪으면서 애플과 등을 돌린 상태다. 애플 입장에서는 퀄컴의 5G 칩을 탑재하는 데 껄끄러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의 모뎀 공급이 가능하다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화웨이가 넘어야 할 산도 남아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화웨이 장비가 중국 당국을 위한 기밀 유출이나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자국은 물론 동맹국에까지 화웨이 장비 활용 자제를 촉구해왔다. 또 미국 주요 통신사가 화웨이 스마트폰을 취급하지 않고 있어 관련 제품을 사용하는 미국 내 소비자가 적은 상태다. 타사에 비해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다만 화웨이의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화웨이 판매 전략에 있어 중대한 변곡점이 되는 것은 물론, 5G 네트워크와 반도체 생태계에까지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켓워치는 "애플과는 별도로 화웨이가 5G 칩을 처음으로 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게 팔게 된다면 퀄컴과 인텔에 큰 영향을 주는 한편 미국의 거대 칩 제조업체들과 경쟁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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