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도 집은 안 가져가잖아요? 쌀 한 톨 남김없이 다 타버렸어요. 50년을 쉬지 않고 일궈온 우리 가족의 집과 밭인데…”
지난달 4일,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은 1800ha에 이르는 산림을 잿빛으로 바꿔놨다. 여의도 면적의 6배가 넘는다고 한다. 고성군의 한 전신주에서 시작됐다던 불꽃은 인근 야산을 태우다 삽시간에 속초와 강릉, 동해 일대로 번져나갔다. 인제군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강원 일원의 18곳이 동시다발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국가적 재난을 면밀히 보도한 매체는 지역채널이 유일했다. 강원도 지역의 케이블 사업자로 지역채널을 운영 중인 CJ헬로의 경우 산불이 발생하자마자 속보 자막을 송출하고, 특보체제로 전환해 약 30시간 연속 재난관련 뉴스를 방송했다. 지역과 밀착한 케이블TV가 실질적인 지역 재난 대응의 중심이 됐던 순간이다.
이번 재난방송을 총괄했던 윤경민 CJ헬로 지역채널제작담당은 삶의 터전을 화마에 뺏겨버린 이재민들이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울먹이는 모습을 영상에 담으면서 지역채널의 역할과 책임감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고 전했다.
-재난방송 대응이 지상파보다 빨랐다. 당시 상황은?
“인제 산불 발생 20분 만에 자막속보를 송출하는 등 현장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후 5차례에 걸쳐 뉴스특보를 추가로 내보냈다. 재난과 관련된 뉴스가 지역민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화재가 심각하게 확산된다고 판단되자 영동방송의 인력을 투입해 즉각 비상 특보체제로 전환했다. 강원과 영서방송 등 인근지역 미디어국의 취재단도 화재 현장으로 급파시켰다. 15명으로 구성된 취재팀은 고성과 속초, 옥계 등 산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며 현지의 상황을 알렸다.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뉴스특보를 보며 주민들이 경각심을 갖고 신속히 대피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였다. 다른 어떤 방송사보다도 빠르고 정확하게 현지의 상황을 보도해야만 했다.”
-재난방송 총괄을 하면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산불의 피해는 점점 심각해지고 피해범위도 넓어져만 갔다. 취재진이 전해오는 현장의 영상은 공포로 다가왔다. 상황에 따라 보도의 형태를 적절히 바꿔야 하는데, 바르고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했다. 이럴 땐 ‘결정의 권한’이 천근만근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다. 결국 고민을 딛고, 자정을 기점으로 뉴스특보를 전국 단위 편성으로 확대했다. 이미 화재가 강원 지역뿐만 아니라 이곳에 가족과 이웃을 두고 있는 전 국민의 문제가 됐다는 판단에서였다. 경인, 충남, 전북, 경북 등 7개 지역 미디어국의 취재팀도 새벽 동안 속속들이 강원으로 출발했다. 이들은 화마가 할퀴고 간 현장 곳곳을 누비며 심층 취재를 이어갔다. 이미 전날 밤부터 특보 화면 상단 자막은 ‘국가재난급 강원산불’로 표기했다. 주민들에게는 신속한 대피를, 정부와 지자체에는 빠른 대응을 촉구하는 메시지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음 날 정부도 이 상황을 국가재난사태로 선포했다.”
-후속 조치도 있었는지.
“강원 산불 뉴스특보는 30시간 연속 방송을 포함해 3일간 46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30여 명의 취재팀과 스태프, 지원 인력까지 총 80여 명의 인원이 투입됐다. 특집방송과 이슈토크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 입체적인 후속 프로그램도 추가 편성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스튜디오와 부조정실을 활용해 릴레이식 방송을 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24시간 촘촘한 실시간 뉴스를 전달할 수 있었다. 화재, 기상 등 각 분야의 전문가도 섭외해 시청자들에게 보다 심층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했다. 또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 채널을 활용해 스트리밍으로 현장의 소식을 전달함으로써 TV를 시청할 수 없었던 지역민들에게도 실시간으로 재난정보를 신속하게 알렸다.”
-발빠른 재난방송을 준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케이블TV가 ‘지역성’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에서 발생한 산불과 같이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재난의 특성상 지역단위의 커버리지를 가진 지역미디어가 보다 전문적으로 재난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케이블TV는 지역별 방송에 특화돼 있는 ‘지역 밀착형 매체’로서 동네 곳곳의 네크워크와 대응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태풍이나 화재, 폭우와 폭설, 지진 등 이미 지난 2년간 총 362회, 8500분의 굵직한 재난방송을 진행하며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재난 발생 시 유연하고 체계적으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위기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역미디어의 가치는?
“케이블TV의 지역채널은 지역민의 안전과 관련된 것이라면 동네 골목의 아무리 작은 문제라 할지라도 누구보다 한 발 앞서 취재하고 보도할 것이다. 더 편안하고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역성’이라는 현미경으로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고 알릴 것이다. 지역미디어가 지닌 고유가치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더해진다면, 또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적 지원이 곁들여진다면 지역채널은 더욱 차별화된 보도와 재난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4일,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은 1800ha에 이르는 산림을 잿빛으로 바꿔놨다. 여의도 면적의 6배가 넘는다고 한다. 고성군의 한 전신주에서 시작됐다던 불꽃은 인근 야산을 태우다 삽시간에 속초와 강릉, 동해 일대로 번져나갔다. 인제군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강원 일원의 18곳이 동시다발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국가적 재난을 면밀히 보도한 매체는 지역채널이 유일했다. 강원도 지역의 케이블 사업자로 지역채널을 운영 중인 CJ헬로의 경우 산불이 발생하자마자 속보 자막을 송출하고, 특보체제로 전환해 약 30시간 연속 재난관련 뉴스를 방송했다. 지역과 밀착한 케이블TV가 실질적인 지역 재난 대응의 중심이 됐던 순간이다.
이번 재난방송을 총괄했던 윤경민 CJ헬로 지역채널제작담당은 삶의 터전을 화마에 뺏겨버린 이재민들이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울먹이는 모습을 영상에 담으면서 지역채널의 역할과 책임감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고 전했다.
“인제 산불 발생 20분 만에 자막속보를 송출하는 등 현장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후 5차례에 걸쳐 뉴스특보를 추가로 내보냈다. 재난과 관련된 뉴스가 지역민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화재가 심각하게 확산된다고 판단되자 영동방송의 인력을 투입해 즉각 비상 특보체제로 전환했다. 강원과 영서방송 등 인근지역 미디어국의 취재단도 화재 현장으로 급파시켰다. 15명으로 구성된 취재팀은 고성과 속초, 옥계 등 산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며 현지의 상황을 알렸다.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뉴스특보를 보며 주민들이 경각심을 갖고 신속히 대피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였다. 다른 어떤 방송사보다도 빠르고 정확하게 현지의 상황을 보도해야만 했다.”
-재난방송 총괄을 하면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산불의 피해는 점점 심각해지고 피해범위도 넓어져만 갔다. 취재진이 전해오는 현장의 영상은 공포로 다가왔다. 상황에 따라 보도의 형태를 적절히 바꿔야 하는데, 바르고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했다. 이럴 땐 ‘결정의 권한’이 천근만근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다. 결국 고민을 딛고, 자정을 기점으로 뉴스특보를 전국 단위 편성으로 확대했다. 이미 화재가 강원 지역뿐만 아니라 이곳에 가족과 이웃을 두고 있는 전 국민의 문제가 됐다는 판단에서였다. 경인, 충남, 전북, 경북 등 7개 지역 미디어국의 취재팀도 새벽 동안 속속들이 강원으로 출발했다. 이들은 화마가 할퀴고 간 현장 곳곳을 누비며 심층 취재를 이어갔다. 이미 전날 밤부터 특보 화면 상단 자막은 ‘국가재난급 강원산불’로 표기했다. 주민들에게는 신속한 대피를, 정부와 지자체에는 빠른 대응을 촉구하는 메시지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음 날 정부도 이 상황을 국가재난사태로 선포했다.”
-후속 조치도 있었는지.
“강원 산불 뉴스특보는 30시간 연속 방송을 포함해 3일간 46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30여 명의 취재팀과 스태프, 지원 인력까지 총 80여 명의 인원이 투입됐다. 특집방송과 이슈토크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 입체적인 후속 프로그램도 추가 편성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스튜디오와 부조정실을 활용해 릴레이식 방송을 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24시간 촘촘한 실시간 뉴스를 전달할 수 있었다. 화재, 기상 등 각 분야의 전문가도 섭외해 시청자들에게 보다 심층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했다. 또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 채널을 활용해 스트리밍으로 현장의 소식을 전달함으로써 TV를 시청할 수 없었던 지역민들에게도 실시간으로 재난정보를 신속하게 알렸다.”
-발빠른 재난방송을 준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케이블TV가 ‘지역성’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에서 발생한 산불과 같이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재난의 특성상 지역단위의 커버리지를 가진 지역미디어가 보다 전문적으로 재난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케이블TV는 지역별 방송에 특화돼 있는 ‘지역 밀착형 매체’로서 동네 곳곳의 네크워크와 대응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태풍이나 화재, 폭우와 폭설, 지진 등 이미 지난 2년간 총 362회, 8500분의 굵직한 재난방송을 진행하며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재난 발생 시 유연하고 체계적으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위기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역미디어의 가치는?
“케이블TV의 지역채널은 지역민의 안전과 관련된 것이라면 동네 골목의 아무리 작은 문제라 할지라도 누구보다 한 발 앞서 취재하고 보도할 것이다. 더 편안하고 살기 좋은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역성’이라는 현미경으로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고 알릴 것이다. 지역미디어가 지닌 고유가치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더해진다면, 또 정부와 지자체의 제도적 지원이 곁들여진다면 지역채널은 더욱 차별화된 보도와 재난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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