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한다'는 대선 공약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의사를 분명히 한 셈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기존대로 노·사와 공익위원 심의로 결정될 것으로 보여 최저임금 인상 폭을 둘러싼 노·사 간 치열한 줄다리기식 협상이 예상된다.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문 대통령 대담 직후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최소한 물가상승률 범위 안에서 인상하는 것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당연한 책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도 "우리나라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2%로 물가상승률의 3배, 임금인상률의 2배 이상이었다"며 "최저임금이 우리 경제 여건과 고용 상황, 기업의 지불능력을 감안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도별 최저임금 인상 추이[자료=고용노동부]
그러다 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2018년 7530원(16.4%), 2019년 8350원(10.9%)으로 두 자릿수 인상률로 급상승했다. 공약대로 2020년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려면 1650원(19.8%), 역대 최고치 인상률을 적용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2020년 1만원 시대를 1년 늦춘다면 19.8%를 한 번에 인상하기보다, 절반인 9.8%대로 나눠 한 자릿수 인상으로 명분을 만들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보다 낮은 3~4%대 인상률을 적정선으로 보면서도 국내 경제 성장세, 물가 상승세 등을 감안, 동결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최저임금을 받는 취약계층의 소득을 보전해 주려면 소폭의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은 여야 간 이견으로 국회 처리가 어렵게 됐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기존대로 노동계 측 근로자위원 9명, 경영계 측 사용자위원 9명 그리고 공익위원 9명이 심의해 결정하게 된다.
최근 류장수 최저임금위 위원장 포함 공익위원 8명이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정부는 서둘러 새 위원장과 공익위원을 위촉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위 설립 취지인 독립성을 고려할 때 공익위원은 정치적 개입 없이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중립적인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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