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평생교육 대표기업 휴넷 권대욱 회장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이유를 묻자 “늘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35세 젊은 나이에 최연소 건설사 사장이 된 이후 인생의 절반인 30여년간 ‘사장님’으로 살아왔다. 이 과정에서 남보다 빠른 성공을 경험했고, 실패도 맛봤다.
“한때는 일밖에 몰랐습니다. 현장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 날 ‘나는 어디 있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기업의 경쟁력도 행복한 직원들의 몰입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29일 만난 권 회장은 “‘직원이 행복하면 나라가 행복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직원에게 자유와 자율을 주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동기부여이고 몰입의 근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직원들이 행복하면 기업 실적은 자연스럽게 좋아진다고 말한다. 바로 ‘행복경영’이다. 휴넷이 직원 본인 여건에 따라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시차 출퇴근제’나 ‘무제한 연차제’, ‘정년 100세’를 도입한 이유다.
직원 자율 존중해주니 휴넷은 다른 어느 기업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춘, 내실있는 기업으로 변모했다. 직원들의 일에 대한 몰입도를 보면, 일반 기업이 20~30% 수준인 데 반해 휴넷은 60%를 넘는다.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그는 이제 시선을 ‘에듀테크’에 뒀다. 장기적으로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와 인재육성을 위한 다양한 기업교육 전략들을 모색하는 중이다. 정보통신(IT) 인력을 100명 넘게 뽑았고, 앞으로 200여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기술을 교육과 접목해 1대 1 맞춤형 교육 실현을 위해서다.
권 회장은 “맞춤형 기반의 교육 과정과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휴넷은 앞으로 교육에 관련한 모든 솔루션을 가진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기업 경쟁력 높이는 ‘직원교육 콘텐츠’ 개발
지난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폐막한 ‘ADT(Association for Talent Development)2019 컨퍼런스’의 화두는 4차 산업혁명으로 업무의 자동화로 인한 △구성원들의 업무 적응‧몰입 △새로운 시대에 맞는 리더십 △기존의 정형화된 교육에서 짧은 영상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러닝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교육과 VR/AR(가상현실/증강현실) 게임러닝 등의 부상이었다. 인공지능 등 IT기술과 교육을 결합한 에듀테크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권 회장은 “국내 상황을 보면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기업들의 우수 인재육성을 위한 기업교육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근무환경 개선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면서도 직원들의 만족도까지 충족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에 휴넷은 기업들이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와 인재육성을 위한 다양한 교육전략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기업들은 이제 직장인들에게 보다 빠른 스피드와 높은 근무 생산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인재육성을 위한 기업교육도 이러한 기업들의 니즈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권 회장은 “무엇보다 교육의 방식이 기존의 단체 합숙의 오프라인에서 단기-원데이-온라인 등으로 급속히 대체될 것”이라며 “교육비용과 시간의 투자대비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선택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교육이 필요한 순간, 필요한 내용만 선택해 5분 내외로 짧고 심플하게 학습하는 마이크로러닝(micro-learning) 등 모바일, 밀레니얼, 검색 기반의 콘텐츠 소비라는 메가트랜드가 대세가 되고 있다. 마이크로러닝은 교육이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내용만 선택해 5분 내외의 짧고 심플하게 학습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실질적으로 성과에 도움이 되는 짧은 콘텐츠 수요와 공급 증가가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휴넷은 이미 3년 전부터 에듀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약 300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최초로 거꾸로 학습 체계인 플립러닝 과정으로 고용노동부 환급과정 1호로 인가를 받았고, 아르고라는 게임러닝 과정도 출시해 교육도 게임처럼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특히, 권 회장은 교육을 통해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교육심리학 분야 석학인 벤자민 블룸(Benjamin S. Bloom) 연구에 따르면, 강의식 교육을 한 학생과 1대 1 학습을 진행한 학생과 학업 성취도 차이가 50배 이상 차이난다.
권 회장은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AI 기술을 교육과 접목해 1대 1 맞춤형 교육을 실현시킨다면 이것이 현실이 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IT 인력을 100명 이상 채용하고 맞춤형 기반의 교육 과정과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휴넷은 국내 교육 업계 최초로 누구나 손쉽게 본인만의 노하우를 교육 과정으로 제작해 활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러닝 플랫폼 SAM(Social & Adaptive Micro-learning)을 개발했다.
권 회장은 “모바일로 쉽게 교육 과정을 만들 수 있고 사용할 수 있어서 외근이 많은 영업직군과 매장 운영직원이 많은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국내 대형 제과 프랜차이즈 회사의 경우 제빵 기술, 커피 머신 사용법, 제품 특징, 아르바이트생 교육 등을 SAM을 활용해 전국적으로 흩어진 300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상시 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 통일 노래하는 청춘합창단…“평양에서 공연하고파”
지난 6일 뉴욕 카네기 아이작스턴홀에서 한 합창단이 단상에 올라 아리랑 등 통일의 염원을 담은 6곡을 불렀다. 공연을 한 단원들의 평균나이는 68세. 바로 권 회장이 이끄는 ‘청춘합창단’이다.
이들은 2015년 유엔 본부 초청 연주회부터 지난해 평창 동계패럴림픽 축하기념공연까지 수많은 연주회‧공연을 소화하며 곳곳에 감동을 전했다. 권 회장은 2011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인연을 맺은 이들이 만든 청춘합창단 단장을 2014년부터 맡고 있다. 권 회장도 당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청춘합창단은 권 회장에게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꿈’의 활동이다. 그는 “합창에 노래를 얹으면 아름다운 연주가 되고, 여기에 꿈을 얹으면 사랑이 되고 평화가 되고 통일이 된다”며 “저는 합창단에 꿈을 심고 그 꿈이 전 단원들이 지향하는 꿈이 되도록 하는 역할을 맡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금 그와 합창단의 꿈은 시‧도 지역단위별 청춘합창단을 만들고, 세계를 넘어 평양에 가서 공연하는 것이다.
인터뷰 말미에 권 회장은 요즘 청년들이 겪은 힘듦에 깊이 있는 조언도 남겼다. 그는 “때로는 마음먹은 대로, 계획한 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의 고통은 후일의 영광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대가”라며 “이런 과정을 거쳐야 신념과 내공이 쌓이고 진정한 자존이 생겨날 수 있다. 늘 긍정의 마음으로 꾸준히 정진해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독려했다.
권 회장은 “교육입국과 행복경영은 평생의 소명으로 알고 노력하던 일”이라며 “이제 휴넷이라는 커다란 둥지에서 그 꿈을 실현할 귀중한 기회를 얻었다. 임직원들과 힘을 합해 온 힘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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