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권오남 과총 회장 "AI 시대, 과학은 '왜'를 묻는 역할…현장 질문 정책으로 번역"

  • "과총,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전환하는 플랫폼"

  • "14개였던 위원회 10개로 효율화, 4050 실무형 전문가 배치"

  • "KIST 미래재단 영감…과총 미래재단 설립해 선순환 구조 만들 것"

권오남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권오남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과총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인공지능 전환기일수록 과학의 역할은 '왜'를 묻는 데 있다"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인공지능(AI) 전환기일수록 과학은 '왜'를 묻는 역할을 더 분명히 해야 합니다."

AI가 연구 속도를 끌어올리며 단기 성과에 치중해 기초과학 역량이 오히려 저하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권오남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신임 회장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과총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AI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깊이 있는 연구자를 육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과총의 역할을 '현장의 질문을 정책으로 번역하는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정부가 '과학을 위한 AI(AI for Science)'를 전면에 내세운 가운데 정책 성패는 기술 도입이 아닌 연구 현장의 맥락을 얼마나 정밀하게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특히 AI가 신진 연구자의 성장 기회를 제약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AI가 답을 빠르게 제시할수록 연구자는 오히려 질문을 설정하고 실패를 경험하는 과정이 더 중요해진다"며 "과총은 차세대 과학자가 비판적 사고와 탐구 역량을 축적하는 구조 속에서 '깊이 있는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캡션에 주요 멘트 한 줄 부탁드립니다 권오남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권오남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과총회관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과총의 역항르 정부와 연구 현장 사이의 '번역자'"라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다음은 권 회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취임 소감과 함께 가장 크게 느낀 과제는 무엇인가.
"604개 회원단체와 500만 과학기술인을 대표하는 자리에 서게 돼 큰 책임감을 느낀다. 취임 당일 한 대학원생이 '계속 연구해도 되느냐'고 묻던 장면이 인상 깊었다. 청년 연구자들이 미래를 불안해 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 목소리를 정책으로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AI for Science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과총의 역할은.
"정부와 연구 현장 사이의 '번역자' 역할이라고 본다. 정책은 방향을 제시하지만 현장은 훨씬 구체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과총은 이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총을 '위에서 아래로' 전달하는 조직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현장 목소리를 정책으로 전환하는 플랫폼으로 재정립하고자 한다. 5개 분야 학술진흥위원회를 단순 심사 기구가 아니라 분야별 핵심 의제를 모아 정책으로 연결하는 실질적 통로로 만들겠다."

-AI 전환기 속에서 기초·순수학문은 어떤 가치를 갖는가.
"기술이 '어떻게'를 묻는다면 과학은 '왜'를 묻는다. AI 시대일수록 이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지금은 단기 성과를 중심으로 한 흐름 속에서 기초학문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오늘의 기술도 결국 어제의 기초연구 위에서 나온 것이다. 과총은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를 지탱하는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과학이 본질적 질문을 계속 던질 수 있는 환경을 지켜 나가겠다."

-AI가 신진 연구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은.
"AI가 정답을 빠르게 제시할수록 연구자가 스스로 질문을 설정하고 탐구하는 경험은 줄어들 수 있다. 과총은 단순히 연구비를 늘리는 접근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와 탐구 역량이 축적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연구자가 AI와 협력하되 사고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역량을 키우는 것, 즉 AI를 '답안 생성기'가 아니라 '사고 확장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평가 체계 역시 단기 성과 중심에서 벗어나 실패를 감내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과총 60주년을 맞아 조직 개편 방향은 무엇인가.
"학문 진흥과 정책 제안이라는 정관 1조에 충실한 구조로 개편했다. 14개였던 위원회를 10개 수준으로 효율화하고, 40·50대 실무형 전문가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단순히 포럼을 여는 데 그치지 않고 논의된 아이디어가 실제 '실현 가능한 정책 어젠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화 기능을 강화했다."

-지난해 과총이 안팎으로 문제가 많았다. 과총 신뢰 회복을 위한 구체적 방안은.
"'보여주는 투명성'이 아니라 '구조로 작동하는 투명성'을 만들겠다. 재정 운영 내역과 주요 의사결정 과정을 상시 공개하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 감사 체계를 도입하겠다. 이 구조를 정관에 명시해 임기 이후에도 지속되도록 하겠다."

-취임식에서 재정 확충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복안은.
"현재 과총 수입 구조는 정부 지원금과 건물 운영을 통한 자체 수입이 약 5대 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정부 지원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자립률을 높이기 위해 '분모', 즉 전체 예산 규모를 늘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과총이 보유한 공간 자산 활용도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컨퍼런스센터와 행사 공간은 접근성과 가성비 측면에서 경쟁력이 높은 만큼 주말이나 유휴 공간까지 적극 활용해 수익성을 높이겠다."

-정부 재원이 들어간 만큼 공공 역할도 필요한데, 사회공헌 방안은.
"과총은 '과학의 날' 심사,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상'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공공성을 더욱 강화해 과학기술인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이 과총의 존재 이유이자 정부 지원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또 '사회공헌위원회'를 중심으로 펀드레이징을 추진해 회원뿐 아니라 과학기술 발전에 뜻이 있는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특히 한국과학기술원(KIST)의 미래재단 사례를 보며 많은 영감을 받았다. 과총도 미래재단을 설립해 기금을 체계적으로 운용하고 과학기술계를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재정 기반을 다변화하고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 나가겠다."

-임기를 마친 후 권오남 회장의 과총이 어떤 식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가장 듣고 싶은 평가는 '과총이 비로소 우리 곁으로 돌아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었다'는 말이다. 현장 목소리가 정책의 언어로 번역돼 국가 미래를 움직이는 변화가 실감되는 3년으로 기억됐으면 한다. 과총이 과학기술인들에게 '우리는 혼자가 아니며 과총이 늘 곁에 있다'는 확신을 주는 든든한 페이스메이커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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