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가 4일 주한중국대사관에서 열린 비공개 만찬에서 이같이 말했다. 갈수록 격화하는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미국 공격에 맞선 화웨이에 대한 지지와 자국 기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추 대사는 “이번 미국의 압박에 중국이 쉽게 양보하지 않는 것은 앞서 겪었던 'ZTE 사건'의 교훈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감시 아래 ZTE는 더 이상 발전이 어렵게 됐지만 화웨이는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ZTE는 지난해 미국 상무부의 수출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라 위기에 빠졌다. 결국 미국에 10억 달러(약 1조원)에 달하는 벌금과 4억 달러의 보증금을 지불하고, 10년간 미국의 감시를 받는다는 '굴욕적' 조건으로 폐업을 모면했다.
그러나 화웨이는 미국의 압박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해왔기 때문에 ZTE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이라는 게 추 대사의 설명이다. 그는 “화웨이는 이미 10년 전부터 미국을 상대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었다”며 “화웨이는 미국의 압박에 넘어지지도, 주저앉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대사는 이날 미국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탄압은 국제적으로 지지받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하이테크 기업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퀄컴과 구글의 사례가 근거로 제시됐다. 중국 기업과 거래를 중단한 퀄컴과 구글이 주요 소비자를 잃어 결국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퀄컴 프리미엄칩의 60%를 중국 기업들이 구매하고 있으며, 1억명 이상의 중국인이 화웨이 휴대폰을 통해 구글플레이 안드로이드마켓에 가입해 있다는 이유에서다.
추 대사는 미국의 규제가 오히려 중국 기업의 발전을 북돋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에는 수많은 중국인 인재들이 있고, 하이테크 분야에서 미국이 성장하는 데 이들의 영향이 컸다"며 "그런데 규제로 인해 이들이 중국으로 돌아온다면 미국은 손해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 대사는 “중국 이공계출신 엔지니어들은 미국의 몇 배에 달한다”며 “중국의 연구개발(R&D) 역량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추 대사는 중국은 여전히 미국과 협력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하이테크 분야에서 미국과 마찰을 빚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고 싶다”고 밝혔다.
또 “한국이 중국의 발전과 미래를 긴 안목으로 바라보길 바란다”며 “중국은 문을 닫지 않고 개방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를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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