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불과 5개월도 남지 않았다. 고3 학생들은 저마다 취약 분야를 중심으로 학습계획을 세워 수능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자주 틀리는 문제의 출제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무조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성적 상승을 담보해주지 않는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24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보통의 오답노트는 틀린 문제를 찢어 붙이는 건데, 찢어 붙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틀린 문제의 의도를 파악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수학 문제는 두세 가지 개념이 섞여 출제되는데, 틀린 포인트는 제각각이다. 어느 개념에서부터 막혔는지에 따라 중점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부분과 방식이 달라진다. 그런데 ‘그 문제를 틀렸다’에만 집중해 공부하면 성적 상승의 여지가 없다는 얘기다.
김 소장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6‧9월 모의평가도 이처럼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많은 학생들은 모의평가를 보고 오로지 점수에만 관심이 있는데, 출제의도별 문항을 분류하고 전년도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같은 의도로 출제된 문항이 5개인데, 이 중 2문항을 항상 틀렸다면 이것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이런 접근 없이 그냥 열심히만 하면 점수는 오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같은 의도로 출제돼 충분히 풀어낼 수 있었음에도 틀렸던 문제에 먼저 집중하면 성적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그는 최근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입의 변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 소장은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을 가고 싶다는 열망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본다”며 “학령인구가 줄어도 상위권 대학에 대한 열망은 똑같이 존재한다. 그래서 입시는 쉬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고3 졸업자보다 국내 전체 대학 정원이 많다”며 “앞으로 학령인구가 전체 대학 정원보다 줄어들 수는 있어도 상위권 대학보다 줄어들 수는 없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김 소장은 한국의 입시제도 주체는 대학이라는 점을 우리 사회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모든 기관과 기업 등은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상을 갖고 이를 바탕으로 사람을 뽑는다. 그런데 대학은 그렇지 못하다.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원하는 방법으로 뽑아야 한다”며 “사회와 정부, 여러 기관들은 입시 방법을 논하지 말고, 대학별 입시 방법이 공정한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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