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기념공원은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군 합동 묘역이다. 한국전쟁에서 생사를 함께 넘나들던 전우들과 함께 잠들길 희망하는 ‘노병’들의 최종 휴식처인 셈이다. 유해 봉환식이나 안장식에는 국가보훈처장과 각국 주한대사 등이 참석해 고인을 기린다.
그런데 유엔기념공원내에서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음주를 하는 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심지어 야간에 월담을 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유엔기념공원 면적은 약 4만평. 그런데 내부에서 방문객을 안내하는 인원은 주중 1명, 주말 2명이 전부다. 흡연과 음주 등 문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비·방호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육군 53사단 소속 위병들이 유엔기념공원 정문과 후문에 2인 1개조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근무를 서고 있다. 하지만 야간에는 위병 없이 유엔기념공원 직원 1명만 매시간 순찰하는 것이 전부다. 월담이 일어나는 주원인이자 유엔기념공원 훼손 행위에 대한 '사전 방지'가 어려운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유엔기념공원측이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뚜렷한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는데 있다. 53사단과 업무협약 내용을 변경해 야간에도 위병을 지원받는 방법이 있지만, 이 조차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53사단으로부터 주간에 위병을 '지원'받는 입장에서 눈치 보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53사단 관계자는 "현재까지 유엔기념공원측의 야간 위병지원 요청도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만약 요청이 온다면 절차를 거쳐서 고려해 볼 수도 있는 사안이지만 장병 휴게 문제등으로 인해 조율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기념공원은 한국전쟁 때 우리나라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유엔군 전몰장병의 희생정신이 서려있는 공간이다. 현재 한국전쟁에 파병된 11개국 2300명의 참전용사가 잠들어 있다. 전쟁 당시 사망하거나 전사자 예우를 받은 참전용사들의 부인 11명도 합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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