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장관이 쓰지도 않은 '해상'이라는 용어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목선과 해양판 노크귀순 사태의 주된 책임이 육군이 아닌 해군에 있다는 이진성 8군단장의 불만스런 속내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경두 장관은 지난 19일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회의 모두 발언에서 '경계작전 실패'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정경두 장관의 모두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진성 8군단장이 임의로 '해상'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해안(海岸)은 바다와 맞닿은 부분의 육지, 즉 육군의 주된 작전 구역이다. 해상(海上)은 바다 위, 해군의 주된 작전지역이다. 수첩 내용만 보면 해군의 책임을 강조하거나, 육군의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의도로 읽힌다.
시계를 2011년 8월로 되돌려 보자. 북한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두 차례 포격했을 때 대응사격 명령은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해병대 주축) 사령관이 아니라 해군 2함대 사령관이 내렸다. 대응사격 명령은 해병대 소속 연평부대가 이행했다.
이는 평상시와 저강도 도발시 서북 도서 및 해안 2km 이내 방어는 서방사가 주도하고 해군 2함대가 지원하지만, 서북 도서 해안 2km 밖 방어는 해군 2함대가 주도하고 서방사가 지원하는 작전 지침에 따른 것이다.
이렇듯 작전 지침은 해안과의 거리 등 지역적 요소와 상황에 따라 육∙해∙공∙해병대의 작전 주도권과 업무 분장이 바뀌는 등 복잡하게 나눠진다. 이진성 8군단장이 군의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해 정경두 장관이 말하지도 않은 '해상'이라는 용어를 씀으로써 작전의 주도권이 해군에 있었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경두 장관이 "엄중 조치"발언을 한 상황에서 임의로 '해상'이란 용어를 수첩에 적은 것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오비이락(烏飛梨落)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이순택 감사관을 단장으로 합동조사단을 편성해 동해안 경계 작전 업무 수행의 사실관계 규명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합참, 육군 23사단, 해군 1함대 등 해안·해상경계 작전 관련 부대이다.
조사대상인 23사단은 8군단 소속이다. 이계철 23사단장은 '철벽부대'를 부르짖으며 지난달 취임했으나 실제 상황이 발생하자 북한 목선이 정박한 삼척항에 상황파악을 한다며 최초 단 한명의 군인만을 보냈고, 5분 대기 성격의 초동조치분대는 늑장 출동으로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진성 8군단장은 이계철 사단장에게 직접 부대기를 건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