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는 선반 하나와 개인 TV가 설치돼 있다. 시리얼이나 라면을 받을 수 있는 식품 쿠폰, 치약이나 휴지가 제공된다. 사물함도 하나 있다.
막상 들어보니 나쁘지 않다고? 한 방에 이런 침대가 10개라면? 침대엔 커튼도 없다. 완전 개방형 공간이다.
그럼에도 기꺼이 이곳에서 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주거 공유업체 팟셰어(PodShare) 멤버십에 가입한 이른바 파데스트리언(Podestrian)들이다.
한 방에서 여러 벙커 침대를 두고 같이 생활하는 모습은 언뜻 보기에 호스텔과 유사하다. 그러나 팟셰어는 '주거공유'로 불리길 바란다.
음악과 영화, 자동차까지 공유하지 못할 게 없는 세상에서 집을 왜 굳이 가져야 하냐고 팟셰어 설립자 엘비나 벡(45)은 묻는다.
그가 생각하는 팟셰어는 일종의 클라우드 서비스다. 구독료를 내고 필요할 때 잘 곳을 다운받는다는 것. 벡 자신 역시 팟셰어에서 잘 곳을 옮겨다니는 파데스트리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도심에서 주민들이 노숙자 텐트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를 위한 마케팅 회사 플립매스(FlipMass)를 창업한 스티븐 존슨(27)도 기꺼이 사생활을 포기하고 팟셰어에 입주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형편이지만 비좁고 값비싼 원룸에 갇혀 있기 싫다고 한다.
존슨은 "내 생각에 이곳 세입자들은 새로운 주거 형태를 일찍 받아들인 사람들이라고 본다"면서 "세상에는 다양한 주거 형태가 있는데 이것은 미래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사항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샌프란시스코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파키스탄 출신 라이얀 자히드(23)도 팟셰어를 이용하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팟셰어에서 살고 싶었던 건 아니다. "처음엔 집을 구했지만 그러려면 신용점수가 필요했고 납세 기록도 필요했다. 유학생은 그런 게 있을지 몰라도 이민자는 사정이 다르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곳이 직장과 가까워서 좋다며, 만약 있는 돈으로 집을 구했다면 통근에만 하루 2시간을 쓸 뻔 했다고 했다.
팟셰어에는 엄격한 규칙이 몇 가지 있다. 밤 10시에 일괄 불은 끈다는 것과 친구나 손님을 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친구는 팟셰어 안에서 만들라는 게 벡의 주문이다.
물론 어느 누구라도 교류를 위해 사생활을 포기하긴 쉽지 않을 터다. 그만큼 실리콘밸리 주변의 주거비가 높다는 얘기일 수 있다.
팟셰어를 이용하는 연령층이 동전 24~30세에서 최근엔 20대 후반~30대 초반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수입보다 주거비가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나 LA 곳곳에서 노숙자 텐트촌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치솟는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지난달에는 LA카운티에서 노숙자수가 전년비 12% 늘어 6만 명에 육박한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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