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건 대한상의 정책 건의, 받아들여진 것 절반도 안돼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경영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는 새 정부의 출범 이후 2017년 8월부터 통상임금 범위 규제의 틀 전환 등 수십 건의 정책 제언을 했지만 정부와 국회가 일부라도 받아들인 것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경영계의 의견을 정부에 피력하기 위해 꾸준히 정책 제언을 하고 있다”며 “이번 정부 들어서 수십 건의 정책 제언을 했으며, 이 가운데 조금이라도 반영된 것은 절반이 조금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부 논쟁의 여지가 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대부분 국내 산업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조속히 처리돼야 할 사안이라는 점이다. 특히 △벤처·신산업 장애 해결(개인정보보호와 클라우드 컴퓨팅 규제완화, 핀테크 육성 등 총 6건) △조세제도의 합리적 개선(가업승계제도, 기부문화 활성화 지원 등 총 4건) △노동·환경의 예측 가능성 제고(탄련근로시간제 개선, 재활용산업 활성화 등 총 3건) △기타 산업·기업 지원(기업활력법 일몰 연장, 산업기술 유출방지 지원 등 총 4건)은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중 대부분은 관련 법안까지 만들어졌으나 국회에서 계류돼 있는 상태다. 여야가 산업활성화에서만큼은 힘을 모아야 하지만, 정쟁에만 빠져 법안 통과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산업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의 경우 국회에서 현재 10건이나 통과되지 못하고 먼지만 쌓이고 있다. 상의가 건의한 다른 관련 법안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최근 산업기술의 유출은 경영계의 큰 골칫거리로 중 하나다. 2018년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산업기술 유출사범으로 검거된 사람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무려 371명이나 된다. 이 중 우리나라와 기술경합국인 중국으로 유출된 것은 70%에 이른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산업기술 유출 피해의 심각성에 비해 우리나라는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해 범죄억제 효과가 낮다”며 “이같이 정부와 국회에 건의한 대부분 사안은 기업의 건전한 경쟁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6일 국회 정무위를 방문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이 민병두 정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다른 경영계의 대변자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의견은 아예 들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는 전경련이 자의든 타의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주요 자리에 부르지 않고 있다. 이른바 ‘전경련 패싱’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 청와대는 지난 10일 30대 대기업 총수 또는 최고경영자(CEO)와 경제단체 4곳을 불러 일본의 조치에 대응하는 논의를 벌였지만, 전경련은 초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일본통’이라고 여겨지는 전경련이 이 자리에도 참석하지 못한 것은 의외라는 평가다.
전경련은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과 공동으로 1983년부터 '한·일 재계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지에 많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일본 전문가들도 다른 경제단체들이 비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에서도 기업이 생존을 위해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대응은 답답할 정도로 안이하다”며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미·중·일이 압박하는 이 사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전향적인 자세로 경영계의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산업은행 KDB미래전략연구소가 펴낸 '2019년 하반기 국내 주요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국내 산업의 부진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주력 분야인 반도체·자동차·조선·해운의 경우 하반기 호조가 예상되는 분야는 단 한 곳도 없다.

대한상공회의소 리포트 기제출 현황. [자료=대한상공회의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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