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야구에서 투수는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다. 특히 1회부터 경기에 나서 적어도 5회 이상을 책임져야 하는 선발투수의 역할은 막중하다. 평균연봉도 선발투수들이 가장 많다. 류현진과 마에다는 둘 다 다저스의 선발투수다.
그런데 지난 20일 류현진이 선발투수로 나서 시즌 11승을 따낼 때 마에다 겐타는 선발이 아닌 8회 중간계투 투수로 나섰다. 선발투수로 류현진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기 때문에 그가 중간계투 투수로 나선 건 ‘굴욕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최선을 다했다. 세계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을 기대하고 있는 류현진에게 마에다는 이날 경기에서 고마운 ‘도우미’였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을 둘러싸고 한일간 경제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미국 스포츠 무대에서는 한일간 공존, 상생의 장(場)이 펼쳐진 셈이다.
류현진과 마에다는 경쟁하면서 상생한다. 소프트 파워에서의 이런 모습이 하드 파워 게임인 한·일 경제전쟁에서도 이어져야 한다. 야구처럼 경제도 잘해야 한다.
하드 파워와 달리 소프트 파워의 힘은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도덕적, 문화적 우위에서 나온다.
지난 18일 일본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건물에서 방화사건이 일어나 사망자 33명 등 대참사가 발생했다. 2001년 도쿄 신주쿠 화재 참사(사망자 44명)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최악의 화재로 기록됐다. 일본 전국이 큰 슬픔에 빠졌다. 아무리 경제전쟁 와중이라지만 우리 정부는 이웃 나라의 큰 불행에 위로와 애도를 표하는 게 옳고, 좋다고 본다. 그게 소프트 파워다.
이 칼럼은 2019년 7월 22일자 아주경제신문 1면에 실린 칼럼 '동방인어'(아래 사진)의 확장판입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