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침체, 금리인하 등으로 갈 곳 잃은 자금들이 부동산시장으로 쏠리면서 각종 부동산 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정부의 잇단 고강도 규제에도 서울 강남권 등 인기지역 부동산을 중심으로 또다시 투자 광풍에 빨려들어갈 태세다.
부동산 담보 대출 규제를 강화했더니 법인을 만들어 규제망을 빠져나가고, 무주택자 중심으로 청약제도를 바꿨더니 현금 동원력으로 제도의 사각지대를 파고들어 백약이 무효다.
선분양 고분양가를 잡기 위해 분양가를 통제했더니 후분양으로 돌아서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을 예고했더니 기존 아파트 시세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글로벌 경제 및 한국경제 상황이 불투명해지면서 갈수록 풍부해진 시중 부동자금이 불안한 증권시장보다는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평가받는 부동산시장으로 급속히 몰리고 있다. 부동산시장은 그간 유일한 '불패' 영역으로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이로인해 그야말로 전 국민이 부동산을 향해 질주하는 모습이다. 자산가들은 법인을 세워 집을 사들이고, 지방 큰손들의 상경 투자는 갈수록 거세지는 추세다. 현금부자도 무주택자도 '로또아파트'를 잡기 위해 '일단 청약통장을 던지자'는 생각이 팽배하다.
정부가 꺼내든 특단의 대책인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예고마저도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집값 하락은커녕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등 서울 강남 신축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며 상승세는 꺾일 줄 모른다. 상한제 확대 적용이 실제 이뤄진다 해도 약효를 나타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더구나 기준금리 하락에도 연일 주가 하락에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이자, “서울 집은 오르게 돼 있다”는 확신이 더욱 굳어지고 있다.
30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대비 0.11%의 변동률을 기록하며 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월 대비 서초구(0.49%)의 매매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KB부동산 관계자는 “잠원동과 반포동을 중심으로 재건축 예정 단지와 입주 5년 이하 신규 단지들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상승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며 “반포 래미안퍼스티지와 신반포 한신2차를 중심으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소 대표들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분양가 상한제 언급 뒤 “신축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렇듯 대책을 내놓으면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등 정부의 규제가 집값을 잡는 '한방'이 아닌 또 다른 대책을 부르는 ‘릴레이’가 되고 있다.
더구나 서울 집값이 잡히기는커녕 고점을 향해 내달리니, 서울 아파트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산가들은 법인을 세워 집을 사들이는 식으로 절세에 나서고, 지방 부자들은 서울로 상경 투자 러시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법인이 아파트를 매입한 거래는 전국 1785건을 기록했다. 3월 1020건, 4월 1531건, 5월 1755건 등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개인이 법인에 판 아파트는 6월 1186건으로 2006년 집계 이래 역대 월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9·13대책 이후 개인이나 임대사업자들이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뒤, 금융기관들이 법인으로 대출을 받으면 한도를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고객들이 그 말을 듣고 법인을 설립해 LTV 80% 수준으로 대출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중개업계 관계자는 “법인으로 전환하면 명의를 분산할 수 있다. 법인으로 주택을 추가 매입하면 1가구 2주택에 걸리지 않아 세금과 대출 규제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약시장은 현금부자들이 주인공이 된 지 오래다. 대출 규제로 미계약 물량이 늘자, 현금부자들이 무순위 청약에서 잔여 물량을 휩쓸고 있다. 정부가 분양가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해 중도금 대출까지 틀어막아, 청약 가점이 높다고 한들 현금이 넉넉하지 않은 무주택자들에게 로또아파트는 언감생심일 뿐이다.
이에 일부 건설사들이 중도금 대출을 알선하기도 하나,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중도금 액수가 달라 선뜻 나설 수 없는 분위기다. 또 중도금이 나온들 1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준공 뒤 2년 이내에 처분해야 해 ‘갈아타기’도 수월하지 않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인하 조치로 시중 부동자금들이 부동산으로 더욱 몰릴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금부자들은 반포 등 강남 핵심 입지에 있는 고가 신축 아파트를 사들일 것이고 , 청약 가점이 높은 예비 청약자들은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로또아파트가 나올 때를 대비해 현금 마련에 열을 올릴 것”이라며 “대출이 막혀 현금이 없는 무주택자들은 금리인하의 기회를 누리긴 힘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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