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방송통신시장, 'M&A' 대세론 속 '경쟁제한' 쟁점 부상

SKT-티브로드 합병·LGU+-CJ헬로 인수 정부 심사 진행

이통시장 지배력, 유료방송시장 전이 가능성 논란

알뜰폰 활성화 정책 무력화 가능성 쟁점 부상

방송통신시장이 글로벌 사업자의 국내 시장 진입과 인수합병(M&A) 이슈로 재편을 앞둔 가운데 알뜰폰 시장의 공정경쟁과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력전이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주관한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토론회'에서는 유료방송시장의 M&A에서 대두되고 있는 공정경쟁 제한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대립이 이어졌다.

◆유료방송시장 M&A 가속…'시장지배력 전이' 가능성 대두
현재 유료방송시장은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케이블TV 인수·합병(M&A)으로 시장 재편을 앞두고 있다. LG유플러스는 CJ ENM이 보유한 CJ헬로의 지분 '50%+1주'를 인수하기로 결의하고 정부의 심사를 진행 중이다. SK텔레콤도 티브로드와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이통사의 케이블방송사 인수인 만큼 방송과 통신 분야에서 각각 쟁점이 제시됐다.

이재영 KISDI 연구위원은 "방송분야 인수합병은 이용자 편익, 지역성, 콘텐츠 산업 발전, 고용 안전 등 상생발전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광재 부연구위원은 "통신분야의 경우 LG유플러스가 알뜰폰 1위 사업자를 인수함에 따라 알뜰폰의 이통3사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도 새로운 결합상품 출시를 통해 SK텔레콤의 이통시장 지배력이 확대되고 이러한 지배력이 초고속인터넷과 유료방송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주장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배한철 KT 상무는 "초고속인터넷 재판매 및 IPTV 위탁판매 과정에서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에 대한 지원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티브로드 인수합병 시 SK텔레콤의 이동지배력이 케이블TV 시장까지 전이돼 공정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억 희망연대노조 나눔연대사업국장은 "현장에서는 지난 2월 CJ헬로 매각 발표 후 가입자 수가 상당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며 LG유플러스에서 가입자 전환 영업을 진행 중"이라며 "가입자 빼가기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인수 후에도 케이블TV 플랫폼의 별도 운영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석주 LG유플러스 상무는 "미디어 다양성과 지역성 등 CJ헬로가 해온 역할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인수 후에도 안정적 고용 승계 및 근무 여건을 조성하고 협력업체와도 인위적인 계약 조정 없이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SK텔레콤의 티브로드 인수에 대해서는 '합병'이라는 점울 강조했다. 강 상무는 "유료방송사업자 인수합병 심사의 핵심은 M&A에 따른 경쟁제한성 여부"라며 "IPTV사업자의 케이블사업자 합병에 대해서는 현행 방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역성과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상헌 SK텔레콤 정책개발실장은 "이번 M&A는 방송의 공공성을 회복·강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케이블TV 품질을 향상시키고 컨텐츠 투자 확대 외에도 지역민 참여 확대, 재난방송 강화 등 케이블TV 본연의 업무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CJ헬로 알뜰폰 '독행기업' 이슈 점화…SKT·KT "알뜰폰 시장 후퇴"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가 알뜰폰업계 1위인 CJ헬로를 인수할 경우 알뜰폰 활성화 정책이 후퇴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일치된 입장을 밝혔다.

CJ헬로는 알뜰폰업계 1위 사업자이지만 점유율은 12% 수준이다.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1.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CJ헬로의 알뜰폰이 쟁점이 되는 이유는 '독행기업' 이슈가 부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독행기업(maverick)이란 시장 내에서 상대적인 저비용 구조로 인해 다른 기업들과 다른 영업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이 존재할 경우 경쟁 활성화에 효과가 있다는 이론이다. 지난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불허할 때 내세운 개념이다.

배 상무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독행기업 소멸로 인한 경쟁 감소, 알뜰폰 활성화 정책의 후퇴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헌 실장도 "자체 조사 결과 CJ헬로 알뜰폰은 독립계 알뜰폰으로 들어오는 번호이동의 50%를 차지하는데 가입자를 가장 많이 뺏긴 업체는 LG유플러스와 LG유플러스의 알뜰폰 브랜드인 미디어로그"라며 "LG유플러스가 CJ헬로 알뜰폰을 인수할 경우 경쟁제한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해도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21.8%,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는 22.6%로 여전히 3위 사업자"라며 "오히려 1위 사업자를 자극해 경쟁을 더욱 촉진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통신사가 알뜰폰 요금제의 가격과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시장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며 "3위 이통사와 알뜰폰의 결합은 통신시장 활성화를 촉진시킬 수 있지만 강제 메각을 하게 될 경우 헬로모바일의 가치를 현격히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KISDI가 주관한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 토론회'가 개최됐다.[사진=최다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