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준금리가 '0%대'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가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기준금리 최저점인 1.25%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고채 금리는 1.1% 이하까지 떨어져 시장에서는 사실상 '제로 금리' 시대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30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준금리인 1.50%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1.75%에서 1.50%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만큼 이번 금통위에서는 금리 인하 자체보다 소수의견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이달 인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됐으나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8월 금통위에서는 1~2명의 소수의견이 나오고, 10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내년이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 규제,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내년 경제 전망까지 어둡게 만들고 있다.
올해 기준금리가 1.25%까지 내려가고 내년 상반기께 추가로 인하되면 기준금리는 1.00%로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최저치인 '실효 하한'을 0%대로 보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09%까지 떨어졌다. 시장은 이미 기준금리가 더 내려갈 것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 역전 폭이 0.4%포인트에 달해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더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시장 참가자들의 향후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중립금리도 낮아지는 추세다. 중립금리는 성장을 제약하지 않고 물가 상승도 유발하지 않는 적정한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지난 7일 정부와의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갖고 "상황 변화에 따라 필요하다면 통화정책적 대응을 고려할 수 있다"고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달 18일 금통위에서도 세계경기 위축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당장 제로 금리나 양적 완화를 단행할 여건은 아니다"면서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완화 정책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이미 시장에서는 0%대 금리를 반영하고 있어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수순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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