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이면 샷, 퍼트면 퍼트!”
18개 홀을 돌며 보기 없이 버디만 11개를 잡은 선수에게 “오늘 무엇이 잘 됐나”라고 물어보면 들려오는 뻔한 대답이 있다. “모든 샷이 다 잘됐으니까 그런 스코어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김지현이 그랬다. 그는 “안 되는 게 없는 날”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지현은 19일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올포유·레노마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버디만 11개를 몰아쳐 11언더파 61타를 기록했다.
이날 김지현이 적어낸 61타는 2017년 이정은6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 때 세운 KLPGA 투어 18홀 최소타(60타)에 1타 모자란 2위 기록이다. 61타도 지금까지 두 번 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또 김지현은 2016년 배선우가 기록했던 코스레코드(62타)도 갈아치웠다.
진기록은 또 있다. 김지현은 KLPGA 투어 18홀 최다 버디 타이기록도 두 번째로 세웠다. KLPGA 투어에서 18홀 동안 버디 11개를 잡은 기록은 6차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김지현이 세운 기록이다. 김지현은 2017년 KG· 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 2라운드에서 버디 11개를 낚아 62타를 친 경험이 있다.
10번 홀(파4)을 파로 출발한 김지현은 11~13번 홀과 16~18번 홀에서 두 차례 3연속 버디를 잡아내 전반에만 6타를 줄였다. 후반 3번 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한 김지현은 5~7번 홀에서 다시 3연속 버디를 낚았고, 마지막 9번 홀(파4)에서도 버디로 마무리해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김지현은 경기를 마친 뒤 “샷, 퍼트가 다 잘됐다”면서 “특히 아이언 샷의 거리감이 잘 맞았다”고 자평했다. 이어 그는 “내 장기가 아이언인데 퍼트가 따라주지 않아서 그동안 퍼트에 신경을 쓴 건 사실”이라며 “아이언 샷으로 더 가깝게 붙여 버디를 하자는 전략으로 경기를 했는데 마침 퍼트까지 따라줬다”고 만족했다.
특히 이날 김지현의 기록이 대단한 건 어려운 핀 위치였다. 바람 없는 화창한 날에 그린까지 잘 받아주는 코스 컨디션을 고려해 경기위원회는 어려운 곳에 핀 위치를 배치했다. 하지만 김지현의 날카롭고 정교한 아이언 샷은 한 번도 그린을 빗나가지 않고 핀을 향해 꽂혔다.
김지현은 지난 5월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우승 이후 부진을 겪었다. 그는 “상반기에 미국에 두 번이나 다녀오는 무리한 일정으로 체력이 떨어지고 샷이 흐트러졌다”며 부진 이유를 설명한 뒤 “추석 연휴에 푹 쉬면서 체력을 회복한 덕에 샷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김지현은 7언더파 65타를 적어낸 2위 임희정과 4타 차 단독 선두다. 아직 사흘이 남았지만, 확실한 우승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우승 욕심을 내지 않은 김지현은 “아직 사흘이나 남았다. 11언더파가 매일 나오는 성적이 아니다”라며 “우선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는 게 오늘 해야 할 일이다. 내일은 첫날이라고 생각하고 새로 시작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