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클래식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8명의 피아니스트가 8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과 S씨어터에서 열리는 ‘열혈건반’ 무대에 선다.
지난해 설립된 사단법인 영 아티스트 포럼 앤 페스티벌(Young Artists Forum & Festival)과 세종문화회관이 주최하는 첫 번째 행사다.
클래식 대중화와 발전에 대한 바람을 담아 시작한 행사다. 예술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대다. 피아니스트인 한상일 영 아티스트 포럼 앤 페스티벌 이사는 “예전에는 국내 콩쿠르에서 우승하면 주목 받았는데, 지금은 국제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시대다. 잘하는 젊은 음악가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주목을 받기는 어려워졌다. 연주 기회의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행사를 여는 취지를 전했다.
‘열혈건반’은 뜨거운 연주자들을 위한 무대를 제공한다. 8일 열리는 첫 공연은 ‘더 듀오’다.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날이다. 이택기와 홍민수, 박종해와 한상일이 두 대의 피아노가 펼치는 경쟁과 화합을 보여준다.
21세의 젊은 피아니스트 이택기는 2014 헤이스팅스 국제피아노협주곡콩쿠르에서 17세의 나이로 최연소 우승과 청중상을 거머쥐며 두각을 나타냈다. 홍민수는 2018년에 한국인 최초로 네덜란드 리스트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하며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다. 2019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박종해와 한상일은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다.
경쟁을 통한 화합이 목적이다. 한상일 이사는 “재능을 갖고 있는 젊은 피아니스트 분들이 많다. ‘경쟁이 아닌, 서로의 음악을 공유하자’는 생각으로 축제를 준비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한글날인 9일 오후 2시에는 마티네(Matinée) 형식의 ‘오후의 피아노’가 열린다. 트럼펫 연주자이자 인기 작가인 나웅준이 진행하는 피아노 연주회로 한상일이 전 곡을 연주한다.
색다른 무대도 펼쳐진다. 같은 날 오후 5시에는 ‘스타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2018 클래식 스타리그’의 공동우승자인 김준호와 이재경 2인의 리사이틀이 열린다. 네이버와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가 공동주최한 ‘2018 클래식 스타리그’는 네이버 V 라이브를 통해 생중계돼 전체 누적 시청수 5만명을 기록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던 온라인 경연이다.
올해 쇼팽 서거 1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0일에는 ‘쇼팽 그리고 쇼팽’을 공연한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곡이 현악5중주와 피아노를 위한 편곡으로 실내악과 만나는 이색 무대이다. 협주곡 1번은 피아니스트 원재연이, 2번은 피아니스트 박진형이 함께한다. 모두 국제적인 콩쿠르에서 검증을 마친 연주자들이다.
11일에는 새로운 공연장인 S씨어터로 무대를 옮긴다. ‘라이브 배틀’은 사전 온라인 공모를 통해 선발된 최종 3인의 결선 진출자들이 각자 30분간의 무대를 통해서 승자를 가리는 배틀 형식의 음악회다. 네이버 TV로 생중계 된다. 당초 4명의 피아니스트가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1명이 기권했다.
급격하게 바뀌는 환경 속에서 클래식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모색한다. 12일 열리는 토론과 강연, 포럼으로 축제는 마무리된다. 한갑산 네이버 공연예술담당 매니저가 ‘아트와 미디어(Arts and Media)’, 김동주 인터랙티브 랩 대표가 ‘아트와 테크(Arts and Tech)’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12일 같은 장소에서 토론도 이어진다. 홍성현 ‘음대청년연합회’ 대표, 이지현 ‘예술경영 대학원생이 등록금 아까워서 만든 페이지’ 대표, 음악 전공생들을 타깃으로 콘텐츠를 제작·공급하는 백승준 유튜브 채널 ‘또모(TOWMOO)’ 대표가 현장의 생생한 의견들을 공유한다.
이동은 영 아티스트 포럼 앤 페스티벌 이사는 “서양의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국내는 클래식과 관련된 비영리재단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지 않았다. 민간이 못하는 일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2020년에는 피아노에 이어 현악을 주제로 행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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