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중국 중소은행 '부실덩어리' 전락...유동성 위기 올 들어 네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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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1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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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산설'에 벌떼처럼 몰려온 예금주들···시장에 만연한 불안감

  • 시진핑이 맞닥뜨린 최대 문제는···중소은행 금융 리스크 위기

  • 부실대출 우려에···'대손충당금' 쌓기 바쁜 은행들

지난달 29일 아침, 중국 허난성 신샹시 이촨(伊川) 농촌상업은행(이하 이촨은행) 지점엔 현금을 대량 인출하려는 사람들이 수백명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예금주 A씨가 이날 모 지점에 갔다가 손에 든 대기번호는 1490번, 앞에 대기인 수만 410여명에 달했다. 은행의 예금 지급 불능 상태를 우려한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이 일어난 것이다.

뱅크런 사태가 갑작스레 터진 직접적 계기는 전날 중국 최대 모바일메신저인 위챗을 통해 퍼진 '이촨은행 파산설'이었다. 소문 유포자는 즉각 현지 경찰에 체포됐고, 현지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성명을 내 현재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사태를 수습 중이라 설명했다. 또 전체 리스크는 통제 가능하고 예금도 충분히 보장될 것이라며 불안감에 휩싸인 예금주와 시장을 달랬다.

중국 현지 언론엔 이촨은행 직원들이 옆에 현금 다발을 겹겹이 쌓아놓고 예금인출 업무를 하는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이촨은행의 지불 능력이 충분함을 보여줘 시장 불안감을 가라앉히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이촨은행 같은 중국의 지역 중소은행을 바라보는 시장의 눈초리는 불안하기만 하다. 올 들어서만 중국 지역 중소은행에서 네 번째 발생한 뱅크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챗에 떠돈 파산설에 예금주들이 은행에 벌떼처럼 몰려든 것은 중소은행에 대한 시장 불안감이 크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뱅크런'이 발생한 중국 허난성 신샹시 이촨은행에서 직원들이 옆에 현금다발을 쌓아놓고 예금인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촨은행]


◆'파산설'에 벌떼처럼 몰려온 예금주들··· 시장에 만연한 불안감

사실 이촨은행 파산설이 완전히 근거가 없는 소문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촨은행의 재정 건전성은 이미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차이신망에 따르면 올 상반기말 기준, 이촨은행 총 자산은 626억4600만 위안(약 10조3000억원), 부채는 576억 위안에 달했다. 부실대출 잔액은 2016년 7100만 위안에서 2018년 10억 위안으로 3년 새 10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부실대출 비율도 0.54%에서 2.95%로 껑충 뛰었다.  

경기하방 압력 속에서 자산 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시장은 진단하고 있다. 중국 최대 신용평가사인 중청신(中誠信)은 이미 지난해 11월 이촨은행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에서 '부정'으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올 7월엔 신용등급도 'AA-'에서 'A+'로 내렸다. 

게다가 이촨은행 회장은 심각한 기율위반 혐의로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촨은행이 안고 있는 리스크가 이촨은행 회장 비리로 빚어진 개별적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촨은행 사태가 중국 전체 중소은행 리스크 문제로 확대 해석되길 원치 않는 눈치다.

이촨은행은 지점 33개, 자산 10조원에 불과한 시골은행이다. 중국 당국이 이런 작은 은행에서 일어난 뱅크런에 이토록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은 중국 중소은행에 대한 불신이 워낙 깊어 이번 사태가 사회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서는 올 들어 네이멍구 바오상은행을 시작으로 랴오닝성 진저우은행, 산둥성 헝펑은행, 그리고 허난성 이촨은행 등 모두 4개 중소은행에서 금융리스크 문제로 뱅크런이 발생했다. 그때마다 중국 정부는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 직접 경영권을 접수해 국유화하거나 국유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수혈하는 식으로 구제금융을 지원했다.

지난 5월 말 바오상은행에서 문제가 터졌을 때 중국 정부는 향후 1년간 경영권을 직접 접수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의 은행 경영권 접수는 약 20년 만에 처음이다.

바오상은행은 전국에 291개 지점을 두고 있으며, 800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지역 중소은행 중에서도 나름대로 규모가 제법 컸던 바오상은행의 '국유화'는 그만큼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바오상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까지 총자산이 5358억 위안인데, 총부채가 이에 맞먹는 5034억 위안에 달했다. 이 중 은행 간 자금시장에서 빌린 자금이 절반에 육박하는 2211억 위안이다. 바오상은행의 금융리스크가 다른 은행으로까지 전염될 위험이 컸던 것이다. 

중국 중소은행 유동성위기[그래픽=김효곤 기자]


◆시진핑이 맞닥뜨린 최대 문제는··· 중소은행 금융 리스크 위기

사실 그동안 중국 중소 지역은행들은 부외거래를 통해 신용을 창출하는 등 통제권 밖에 있는 그림자금융(섀도뱅킹)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하지만 2017년 말부터 중국이 '부채와의 전쟁'을 외치며 그림자금융 단속에 대대적으로 나서면서 대다수 중소 지역은행들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바오상은행과 비슷한 금융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시장이 중국 중소은행 금융리스크 문제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6월 현재 중국에서 아직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발표하지 않은 은행이 최소 18곳에 달한다. 이들의 자산 규모만 4조4700억 위안으로,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악성 채무로 추정됐다.

얼마나 많은 지역의 중소은행이 어려움에 처했는지, 중소은행 구제를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지, 불확실성이 워낙 커 은행 부실 문제는 중국 경제에 커다란 도전이 될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TS롬바르드의 엘레노어 올코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초에 낸 보고서에서 "시진핑 지도부 체제 아래 중국이 직면한 최대 문제는 홍콩 시위사태도, 미·중 무역전쟁도 아닌, 은행권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라고 경고했을 정도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중소은행 리스크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 9월 "중국 은행시스템 전체 리스크는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G20(주요 20개국)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선 "일부 중소은행 리스크 문제를 과감히 처리해 적기에 해소했다"고 했다. 

최근 중국이 '금융통' 인사를 잇달아 지방정부 '넘버2'인 부성장(혹은 부시장)으로 발탁하고 있는 것도 지역 중소은행 리스크 문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 현지의 한 은행 직원이 위안화를 세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부실대출 우려에··· '대손충당금' 쌓기 바쁜 은행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중국 전체에 분포한 도시상업은행 134곳, 농촌상업은행 1427곳, 그리고 이보다 규모가 더 작은 촌진(村鎭)은행이 1616곳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40조 달러가 넘는 중국 전체 은행권 자산에서 농촌 상업은행이 8분의1을 차지한다고 집계했다. 

이들은 지난 10여년간 지방정부가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위해 거액의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덩치를 불리며 호황을 누렸다. 앞서 뱅크런이 발생했던 랴오닝성 진저우은행은 2015, 2016년 2년간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3%, 67% 급증했을 정도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디레버리지(부채 감축) 정책 기조에 따른 경기둔화 타격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중소기업 자금난 속에서 중국 정부는 중소 지역은행으로 하여금 중소 민영기업 대출지원을 강화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부실대출 리스크가 큰 만큼, 중소 지역은행이 부실대출에 노출될 위험이 더 큰 것이다. 

이는 최근 중소은행이 빠르게 대손충당금을 늘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손충당금은 은행들이 악성 대출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일정 비율의 자금을 쌓아두는 것을 말한다.

9월 중국 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중국 내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300%가 넘는 은행이 15곳인데, 이 중 1곳(우정저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도시상업은행 혹은 농촌상업은행이었다. 닝보은행이 522%로 가장 높았고, 저장성 상위 농촌상업은행(488.25%), 랴오청 농촌상업은행(479%) 등이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높은 수준이었다. 

현재 중국 당국이 요구하는 은행권 대손충당급 적립비율 하한선은 120~150%다. 원래는 150%였는데, 지난해 3월 경기부양 차원에서 낮췄다. 그런데도 은행들이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높인 건 경기둔화세가 짙어지면서 부실대출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게다가 최근  경기 둔화 속 대출 수요가 위축된 데다가 중국 정부가 금리 시장화 개혁을 단행해 대출우대금리(LPR)를 실질적인 대출 기준금리로 삼아 이를 점진적으로 낮추는 추세다. 예대마진이 악화하면서 은행권 수익성이 압박을 받을 것으로도 전망된다. 

이제 중국에서 중국 중소은행 주식은 '부실 덩어리'로 여겨 투자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중국 최대 경매사이트 타오바오에선 지난 5월 말 바오상은행 사태 이후 1400여 차례 중국 지역 중소은행 주식 경매가 이뤄졌는데, 대부분이 입찰 시작가를 큰 폭으로 낮췄음에도 이 중 절반 이상이 1차 경매에서부터 입찰자가 별로 없어 유찰됐다고 SCMP가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국영은행조차 호시절이 끝났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대형은행 중심의 MSCI중국은행지수는 올 들어 0.3% 빠졌다. 낙폭이 크진 않지만, 같은 기간 홍콩 항셍지수가 2.7% 오른 데 비하면 꽤 부진한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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