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투자하라' 돋보인 베트남 총리의 비즈니스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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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입력 2019-12-0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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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에 각계 인사 만나 거듭 베트남 투자 요청

  • "한국의 영광이 곧 베트남의 영광"…한·베 경제동반자 관계 강조

제3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총리의 행보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각계 인사들을 만나 연일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는 점이다.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특히 재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베트남에 대한 투자 확대를 거듭 요청하며 적극적인 비즈니스 외교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총리가 지난 달 28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개별면담을 진행했다.[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부산지역 경제인들과의 만남이 첫 일정··· 삼성 투자 인센티브 재확인

지난달 25~28일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한·메콩 정상회의, 한·베트남 정상회의 기간 동안 푹 총리를 비롯한 베트남 대표단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한국 기업 투자 유치'였다.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회의 때마다 “4차 산업혁명 준비를 위해서는 한국 기업의 투자와 협력이 절실하다”며 “한국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를 요청한다. 특히 첨단산업과 인프라 부문의 적극적인 투자를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24일 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베트남 대표단 일행은 박수관 재부산 베트남명예총영사이자 부산경영자총협회 회장이 부산 롯데호텔에서 주관한 행사에 참석해 부산지역 경제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베트남에 진출한 7000여 개의 한국 기업 가운데 1000여개가 부산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호찌민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베트남 남부 경공업 산업공단의 입주기업 대부분이 부산·경남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기업임을 강조하며, 이들 기업이 베트남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한·메콩 정상회의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 뒤 서울에서 삼성, GS, 포스코, 현대, SM그룹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을 연이어 만났다.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지난달 28일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만나 베트남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GS건설의 여러 사업들에 대해 정부 차원의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GS건설의 베트남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그는 같은 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한 면담에서도 베트남에 대한 투자 요청을 이어갔다. 베트남에서 시장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동남아시아 모빌리티 서비스 선두업체 그랩(Grab)에 투자하는 등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공유경제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만남은 많은 국내외 언론들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에 스마트폰 사업장, 남부에는 생활가전 사업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 베트남은 베트남 전체 수출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전체 베트남 GDP도 28%를 차지할 만큼 현지에서 영향력이 독보적이다.

응우옌쑤언푹 총리는 이 자리에서 "삼성이 계속 발전해 베트남이 모든 분야에서 삼성의 세계 최대 전략 생산거점이 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베트남이 세계에서 가장 큰 휴대전화 생산기지가 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는 삼성(한국)의 영광일 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영광"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 베트남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베트남 경제 발전과 양국 관계 증진에 이바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이 부회장이 나눈 대화의 핵심은 반도체 공장 설립이었다. 그는 "많은 신기술이 적용되는 반도체 생산 공장을 베트남에 설립해 달라"고 요청하며 반도체공장 설립 프로젝트에 삼성이 투자할 경우 정부 차원에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삼성이 생산, 수출, 성장을 유지하며 베트남 사회·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희망한다"며 "더 많은 베트남 기업이 삼성의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베트남 경제지표 호조 전망··· FDI 지속 증가 누적액 한국 1위

베트남의 적극적인 투자유치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의 주요 경제지표도 지속적인 호전이 예상된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5%에서 6.8%로 높여 잡았다. 베트남 경제성장의 발판인 해외직접투자(FDI) 규모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베트남 투자계획부(MPI)에 따르면 올해 1~11월 베트남에서 집행된 FDI 규모는 176억2000만 달러(약 20조6576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했다.

또 올 들어 베트남에 투자하겠다고 등록한 FDI 규모는 31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1% 늘어났다.

 

[그래픽=아주경제]


주요 투자분야로는 작년에 이어 계속해서 제조·가공업이 전체의 67.8%인 215억6000만 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건설·부동산 분야가 전체의 10.4%인 33억1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주요 투자지역은 수도 하노이가 1위를 차지했다. 하노이는 정부의 첨단산업 유치 기조 아래 2위인 호찌민에 2배에 가까운 44억7300만 달러를 유치했다. 호찌민은 23억7400만 달러로 2위를 나타냈으며, 3위는 10억 2200만 달러를 유치한 빈즈엉성이다.

주요 투자 국가와 지역으로는 홍콩이 66억9000만 달러로 가장 많은 투자를 예고했다. 한국은 전체의 18%인 57억3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해 2위를 차지했다.

베트남 대표단이 이번 방한 기간 연일 강행군을 펼친 것도 이 같은 FDI 증가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다. 이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이자 아시아의 경제성장엔진으로 거듭나고 있는 베트남이 경제동력의 핵심인 FDI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1992년 국가통계가 공표된 이후 올해 4월까지 FDI 전체 누적액은 한국이 643억600만 달러로 독보적인 1위다. 2위는 일본으로 573억1200만 달러며, 싱가포르(489억8600만 달러)와 대만(318억 2100만 달러)이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는 매년 FDI와 관련한 중앙정부 정책회의를 개최할 만큼 해외투자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며 “지난 10월에도 경제부총리 주제로 해외투자를 점검하는 중앙회의를 개최했다. 베트남 정부가 이번 방한을 계기로 FDI 투자를 더욱 늘리기 위해 새로운 인센티브 정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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