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김광현 창업진흥원장은 11일 서울창업허브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 짧은 질문으로 요즘 국내 창업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는 “2015년 초만 해도 은행 간부 입에서 ‘우리나라는 신용카드가 워낙 발달해서 핀테크는 필요 없다’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왔다”며 “그러나 지금은 카카오뱅크와 토스가 금융권을 위협하면서 은행이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 모바일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혁신기업이 등장하면서 거의 모든 산업에서 파괴적 혁신이 확산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한국은 활발한 창업이 가능해졌고, 이러한 분위기가 기득권층은 물론이고 한국경제의 변화를 이끌게 될 것이란 얘기다.
김 원장은 “끼 있고 깡 있는 젊은이라면 창업에 과감히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며 “자기 아이디어, 자기 기술로 뭔가를 바꿔 사람들한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보람 있는 삶”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끼와 깡이 있다면 남이 정해준 삶보다는 자신이 설계한 삶을 사는 게 좋다. 요즘에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많아 실패해도 패가망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집닥 박성민 대표도 앞서 창업 실패를 경험한 이후 창업진흥원의 재도전패키지 지원을 받았다. 서울 가산동에 있는 세계로누림터에 입주해 재기에 나섰고, 결국 이 분야 선두기업이 될 수 있었다. 인도 핀테크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밸런스히어로는 2015년과 2016년에 창업진흥원으로부터 해외진출 지원을 받았다. 카카오에 팔린 키즈노트와 네이버에 팔린 리멤버(드라마앤컴퍼니) 역시 창업진흥원 지원을 받은 창업기업이다.
단 김 원장은 준비 없는 창업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예비창업자에게 ‘무턱대고 창업하진 말라’고 말하고 싶다. 취업이 안 되니까 창업하는 건 안 된다. 창업은 취업보다 훨씬 어렵다”며 “창업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의욕이 차오를 때 창업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바쁜 한 해 보낸 창업진흥원…내년 ‘더 나은’ 지원정책 추진
창업진흥원은 올해 바쁜 한 해를 보냈다. 한국과학창의재단·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대중소기업농업협력재단 등에서 이관된 △메이커 스페이스 △사내벤처 △멘토링 플랫폼 사업을 안착시키고 본격 실행했다. 2월엔 준정부기관으로 전환되면서 감사실을 신설하고 규정을 정비했다.
내부적으로 적잖은 변화가 있었지만, 사업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갔다. 6월에는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에 맞춰 핀란드 헬싱키에서 스타트업 서밋을 열었고, 10월엔 ‘청소년 비즈쿨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지난달에는 서울 동대문 DDP에서 ‘컴업(ComeUp)’이라는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을 열어 호평을 받았다. 창업진흥원의 ‘창구 프로그램’은 국무총리상을 받았고, 기관은 일자리 창출 공로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창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은 창업기업 수도 지난해 4000여개에서 올해 5000여개로 대폭 늘었다.
내년에는 ‘베터(better, 더 나은)’와 ‘소프트랜딩(softlanding, 안착)’에 주력한다. 김 원장은 “예전보다 더 나은 창업기업을 선발하고, 더 나은 창업교육을 받게 하고, 더 나은 멘토한테 자문을 받게 하고, 더 나은 방식으로 지원받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창업진흥원은 실전창업교육 과정을 끝까지 이수한 예비창업자가 예비창업패키지나 초기창업패키지를 신청하면 서류심사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중기부와 협의하고 있다. ‘도전! K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일정 단계까지 오른 창업기업도 비슷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창업교육과 멘토링 서비스도 개선한다. 김 원장은 “올해 창업에듀 시스템과 멘토링 시스템을 고도화해 내년부터 창업진흥원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두 시스템을 적용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오프라인 창업교육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올해 창업진흥원이 새롭게 맡은 세가지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김 원장은 “메이커 스페이스 지원 사업을 통해 제조창업을 활성화하는 한편 청소년 비즈쿨 등 다른 프로그램과 연동해 지원 효과를 끌어올릴 예정”이라며 “사내벤처 육성 사업도 정책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아이디어마루' 멘토링 플랫폼은 현재 개발 중인 멘토링 시스템에 통합해 정책 효과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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