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여러 보험사를 경영해왔던 정 사장의 경험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생명의 합병 과정에서 요긴하게 활용하려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자경위의 판단이 녹아있다.
당시 신한생명 노동조합의 결사적인 반대 탓에 정 사장의 신한생명 이동은 무산됐다. 그러나 신한금융그룹에서 정 사장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1년 사이에 크게 변하지 않았다. 두 보험사의 합병 과정에서 위기의 보험사를 정상화했던 '전문 소방수' 정 사장의 경험을 십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 정 사장의 연임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도 이 같은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현재 진행되는 회장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른 시일 안에 자경위를 열고 계열사 CEO의 연임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이번에는 오렌지라이프생명을 이끄는 정 사장의 거취도 논의 대상에 포함된다. 정 사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맞이한다.
금융지주계 보험사인 신한생명과 외국계 보험사였던 기간이 상당한 오렌지라이프생명은 조직 문화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또 주로 보장성보험에 강한 신한생명과 변액보험에서 강점이 있는 오렌지라이프생명은 장단점에서도 차이가 상당하다.
합병 과정에서 세심한 조정이 없다면 조직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하거나 두 회사 중 한 곳의 장점이 없어지기 십상이다. 다양한 보험사 경영의 경험을 쌓은 정 사장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2007년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 사장으로 선임된 것을 시작으로 셈하면 정 사장은 13년차 베테랑 CEO다. 알리안츠생명과 ACE생명(현 처브라이프생명) 등 다양한 보험사를 경영했음을 감안하면 신한금융그룹 내부에서도 정 사장만한 보험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
아울러 최근 글로벌 건전성 규제 강화 흐름 속에서 정 사장의 다양한 경험이 더욱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등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보험사 경영 환경이 악화된 탓이다. 보험사 경영에서 한층 운용의 묘가 요구되는 덕에 경험이 많은 CEO들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 사장의 경우 당장의 연임보다는 통합 보험사에서 수장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모이는 인물"이라며 "만약 신한금융그룹에서 합당한 대우를 못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를 모셔가겠다고 줄을 설 보험사가 한둘이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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