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산갑이 신종코로나 옮긴 숙주라고? 쿵푸팬더의 산쥬가 진짜 악당으로 찍히게 됐다.
천산갑(穿山甲)은 '산을 뚫는 비늘갑옷'을 두른 포유류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 딱딱한 비늘로 3.5m까지 땅굴을 팔 수 있다. 개미를 주식으로 먹고 살아서, 비늘 달린 개미핥기'라고 불리지만 족보를 따지면 개미핥기와는 남이나 다름 없다. 천산갑은 1990년대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휩쓴 포켓몬스터에서 '고지'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쿵푸팬더에는 '산쥬'라는 나쁜 친구로 나온다.
최근 중국 화난농대 션용이 연구팀이 천산갑을 신종코로나의 숙주로 꼽았다. 표본 1000여개를 분석했는데, 천산갑이 가장 유력했다는 것이다. 신종코로나와 천산갑에서 분리한 균주의 서열이 99% 동일한 것을 확인했다.
천산갑은 약재나 식용으로 불법 밀매되는 동물이다. 비늘을 갈아먹으면 혈액순환 효능이 뛰어나고 종기를 가라앉히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 비늘을 분석해보면 머리털과 손톱 발톱 피부 등 상피의 기본이 되는 각질 단백질 케라틴이다. 손톱에도 있는 각질 단백질 케라틴이 효능이 뛰어난지는 알기 어렵지만, 천산갑 비늘은 중국에서 대량 밀수가 이뤄질 만큼 수요가 많다.
사라져가는 희귀동물인지라, 세계 천산갑의 날(2월15일)까지 정해져 있다. 야생정의위원회(WJC)는 10일 세계의 천산갑 조직밀매 리포트를 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압수된 밀수품 천산갑 비늘은 206톤이나 되었다. 해가 갈수록 증가하는 것도 문제였다.
2016년 나온 영화 '부산행'에는 펀드매니저를 개미핥기로 비유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개미(개인투자자)들을 핥아 삼키는 방식이 이 동물과 닮았다는 것이다. 인간이 이들 동물을 비유로 등장시켜 조롱하는 것은 좀 뻔뻔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그간의 소행을 생각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비늘 달린 개미핥기'(천산갑)를 모조리 삼켜버리는 인간이야 말로, '인간 천산갑'이며 '인간 개미핥기'가 아닌가. 신종코로나는, 그 과도한 동물박해에 대한 일종의 인과응보인가 싶어 섬뜩하기도 하다.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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