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지리산에서 10년째 자발적 고독에 자신을 맡긴 언론인 출신 수필가 구영회가 ‘고독’을 화두로 다섯 번째 수필집 ‘가끔은 고독할 필요가 있다’(나남출판)를 내놓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일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천천히 걸으며 잠시 갖는 휴식이 필요한 때다. ‘가끔은 고독할 필요가 있다’는 독자에게 고요한 지리산에서 발견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서어나무들은 이전 모습 그대로 말없이 우뚝 서서 홀로 찾아온 인간을 순하게 받아들였다. 나무 밑동 주변에는 무수히 떨어진 잎사귀들이 빈틈없이 가득 쌓여 있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며 나에게 속삭였다. 이 숲속에 놓일 때 내가 혼자라는 바로 그 생각만이 나를 혼자이게 할 뿐, 그 생각을 떠나는 순간 나는 그냥 숲의 일부가 되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서어나무숲을 천천히 느끼는 산책, 친구들과 주고받는 다정한 안부, 볕 좋은 곳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 등은 독자들에게 휴식을 선사한다.
묵묵히 같은 자리를 지키며 세월 따라 흘러가는 거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은 담담한 사진으로 담았다.
책은 고독과 오롯이 마주하는 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고독은 당신이 몸부림치지 않고 조용히 마음을 기울여 정면으로 응시할 때, 당신에게 매우 의미 있는 실마리를 내민다”며 “그때 고독은 암시가 된다. 고독은 고독 ‘이후’와 고독 ‘너머’로 당신을 건네주는 유일한 통로이자 당신이 안심해도 탈이 없는 믿을 만한 안내자이다”고 표현한다.
고독을 통해 우리는 한층 더 성숙할 수 있다. 저자는 고독한 시간과 공간 가운데 내면 깊숙한 곳에서 진정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으며, 삶에 새로운 긍정적 기운을 불어넣는 원동력을 찾을 수 있다고 귀띔한다.
MBC 보도국장, 삼척MBC 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한 저자는 30대 중반 무렵부터 지리산을 수없이 드나들었다.
33년에 걸친 언론인 생활을 마친 뒤, 지금은 지리산 자락 허름한 구들방 거처에서 혼자 지내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지리산에서 지금까지 ‘지리산이 나를 깨웠다’,‘힘든 날들은 벽이 아니라 문이다’,‘사라져 아름답다’,‘작은 것들의 행복’ 등 네 권의 수필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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