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여행 가고 싶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지난해까진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었지만, 이젠 큰맘을 먹어도 갈 수 없게 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는 여행에 관련된 많은 것을 바꿔 놨다.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에 마련된 ‘여행의 새발견’은 여행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기획 전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이하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김태훈·이하 진흥원)이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6월 23일 개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7월 중 온라인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이번 전시는 미디어아트·설치·가상현실(VR) 체험·회화 등의 시각예술과 여행 프로젝트, 공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우리는 왜 여행하는가’를 생각해보는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순간·상상·만남·너머·사색·기록·연결이라는 키워드 아래 문화역서울 284의 다양한 공간에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여행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전시다.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태훈 진흥원 원장은 “코로나19로 여행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며 “관심이 늘어난 국내 여행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같다”고 짚었다.
사람들은 어수선한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조용한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임훈 연출 감독과 전민수 작가가 협업한 ‘세한도 VR’은 관객들에게 '혼자되기'를 선물한다.
관객은 세한도 속으로 들어가 추사 김정희의 마음과 접촉하는 상상과 공간 체험을 할 수 있다. 김정희가 유배지인 제주에서 세한도를 그리며 느꼈을 고립감과 외로움을 보다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여행은 예상치 못한 만남이 있어 즐겁다. 기자에서 여행을 이끄는 촌장으로 변신한 고재열 여행 감독은 ‘캐리어 도서관’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기증 받은 책이 가득 담긴 캐리어를 여행지로 옮기는 작업은 흥미롭다. 인터넷이 잘 되지 않는 외딴 섬에서 만나는 예상 못한 책 한 권은 소중하다.
고 감독은 “1년 반 동안 책 11만권을 모아 기증했다”며 “책을 옮기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버려진 캐리어를 보고 ‘책장으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KTX매거진과 협업으로 진행한 24곳의 간이역 사진과 이야기들은 소박해서 더욱 특별하다. 근현대 문학 작품에서 발췌한 여행의 문장들은 설렘을 오롯이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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