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잇는 고속도로가 한국 도로의 척추라면,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는 서울 도로 인프라의 대동맥으로 볼 수 있다. 서울 시내의 동서(東西)간 교통 숨통을 트게 하는 동시에 자유로와 경춘고속도로의 시·종점부에 연결되면서 지역을 연결하는 간선도로 역할을 한다.
서울시 공무원으로 30여년 근무하며 서울 도로 인프라의 얼개와 틀을 만든 고인석 서울기술연구원 원장은 최근 아주경제와 만나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는 서울 시내 동서간 교통을 연결하려고 건설한 내부도로"라며 "지금은 서울시 관내도로가 지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처럼 변화하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 촘촘한 서울 도로 인프라, 그의 손에서
고 원장은 1990년 서울시 도로계획과로 부임해 당시 담당업무였던 서울시의 도로계획 사업을 시작으로 서울시의 주요 도로계획 수립 및 건설에 참여했다.
서부간선 지하화, 제물포터널 지하화, 동부간선 지하화 등 도시 재생사업도 그의 작품이다.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서울 시내 도로가 없는 셈이다.
그는 "1990년대 초 올림픽이 끝나고 '마이카 붐'이 일면서 서울시 도로 인프라 계획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서울시 도시고속화도로 프로젝트가 시작되며 내부순환로, 북부간선도로, 강남순환도로 등이 탄생했다"고 회상했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은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 같은 도시고속도로 개념 없이 외곽으로 뻗어나가는 방사선 도로 위주였다.
고 원장은 기억에 남는 도로 중 하나로 강남순환도로를 꼽았다. 강남순환도로는 강남지역 서부간선도로, 관악산터널, 수서IC, 올림픽대로로 연결되는 링로드다.
그는 "당시 서울대 앞에 관악IC를 만드는 과정에서 교통체증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서울대 교수 등 학교 측의 반대가 심해 상당기간 사업 진행이 안됐다"며 "직접 서울대를 찾아가 설득했고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되게 됐다"고 말했다.
◇ 자동차 중심 도로를 사람 중심으로
서울시는 현재 승용차 위주로 짜인 도로공간을 보행자 등 사람 중심의 녹색교통공간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차로를 줄여 보행로를 확충하고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걷는 도시, 서울'을 구현할 계획이다. 고가차도 철거도 보행자 중심 거리를 만들기 위한 일환이다.
고 원장은 "2007년부터 도로계획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서울시내에 있는 고가차도를 대부분을 철거하는 계획을 세웠다"며 "회현고가의 경우, 과거에는 고가가 남산을 가렸는데 철거 후 도시의 뷰 자체가 달라졌고, 그야말로 신세계가 펼쳐졌다"고 설명했다.
고가를 철거할 때는 별도의 용역 없이 지점단위가 아닌 구간단위로 교통흐름을 분석해 철거해야 할 고가를 선정했다.
차질 없이 고가차도를 철거할 수 있었던 데는 1994년 삼각지로터리 고가차도 철거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고 원장은 "당시 삼각지 고가차도는 로터리 형태의 고가인데, 어느 한 방향이 밀리면 전 방향으로 밀리는 구조였다"며 "이태원 방향으로 내려가는 램프가 국방부 앞 횡단보도 신호에 걸려 전체 방향이 밀렸고, 이 부분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시 지하철 6호선 삼각지역 건설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역 설립과 고가 철거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작업을 진행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모든 고가를 철거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로 7017'은 서울역 고가도로를 보행로로 바꿔 새로운 공중보행길로 태어났다.
고인석 원장이 도시기반시설본부 본부장 재직 시절 서울역 고가 보행화 작업을 했고, 지금은 하루 평균 2만2000여명이 다녀가는 서울시의 대표 보행거리로 자리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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