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숙원사업이었던 민간 중심 벤처확인제 도입을 이끌어냈다. 소회를 밝히면.
“민간 중심 벤처확인제는 벤처 생태계의 간절한 열망이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벤처업계가 달려나갈 수 있는 기준점이 생겼다. 조금 더 빨랐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현 정부 들어서 전격적으로 수용한 결정에 업계 대표로서 감사하다.”
-첫 번째 확인기관으로 벤처기업협회가 선정됐다. 또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다.
“협회에서는 2016년부터 관련 사업을 위한 내부 연구 활동을 진행했다. 협회장에 취임할 때 반드시 이뤄낼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공개경쟁을 통해 확인기관으로 선정됐는데, 협회 내부의 감동이 컸다. 이렇게 막상 되고 나니 시원섭섭하기도 하다.”
-직접 PT 발표까지 진행했다.
“협회 의지를 진실성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관련 제도가 공론화되는 과정에서 확인기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우려하는 분들이 많았다. 협회가 확인기관으로 선정되고, 순수하게 혁신벤처 생태계를 위해 역할하려 하지만 외부에서 보는 시각은 다를 수도 있다. 내부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독립성과 공정성을 중점에 두고, (변화된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간 중심 벤처확인제가 운영되면 벤처 생태계가 어떻게 변할까.
“과거에는 벤처기업이 외형과 재무적 평가를 받는 방식이 일반화돼서 규모가 작으면 벤처인증을 받는 걸 엄두도 못 냈다. 최근에는 ICT 융합 비즈니스 모델이 나타나고, 더 많은 아이디어로 달려가는 기업이 생기고 있다. 과거 방식으로는 이런 기업이 벤처 인증을 받지 못한다. 현 정부 들어서 스타트업 레벨의 벤처를 육성해야 한다고 해서 씨를 많이 뿌려놨다. 작년 1월에는 제2벤처 붐 선언을 하면서 스케일업 벤처 육성을 정책적 방향으로 잡았다. 민간 중심 벤처확인제는 이런 정부 정책 변화와 함께 단계별로 진행되는 사회적 변화를 이뤄낼 거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벤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중소기업청 시절부터 20년 이상 지켜봐 왔다. 다른 조직에 비하면 규모가 아직 작지만, 20년 노하우가 어디 가겠나. 똑똑한 사람들이 다 공무원 한다고 뭐라고 하지만, 학벌 좋고 애국심 가진 공무원들이 우리나라에 많다. 기본적으로 자질은 충분했는데, 컨트롤타워로서 작동하면서 제대로 돌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어떤 정책을 평가한다기보다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결과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컨트롤타워가 작동한다는 건 어디서 느꼈나.
“최근 발표된 규제자유특구 내용을 자세히 보면 정말 다양한 정책적 배려와 노력이 엿보이더라. 산업용 햄프, 액화수소산업, 블록체인 등 지역별·산업별로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줬다. 사회적 통념을 넘지 못하거나 국회에서 어영부영하면서 붙잡고 있던 사업들을 각 지역에서 실증 작업에 들어갈 수 있게 허용해준 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매번 규제 해소를 외쳤지만 말뿐이었다. 이제는 물꼬를 텄다. 이번에 발표된 규제자유특구는 전국적으로 다양하면서 깊이가 남다르다. 과거처럼 논쟁만 하다 끝내는 것이 아니고 결과를 내고 있다. 이런 부분에서 컨트롤타워가 살아 있구나, 작동하는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그동안 제조 벤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일본과 독일은 중소기업 중심의 나라다. 50년, 100년에 걸쳐 중소기업 생태계를 조성했다. 한국은 전후 60~70년간 대기업 중심의 나라로 성장했다. 단순히 몇 번의 정책으로는 중소기업 중심의 나라가 될 수 없다. 대기업은 대부분 제조업 기반이고, 전국이 그 영향권에 다 들어와 있다. 대한민국은 제조업 기반의 나라인데, 그런 의식이 너무 쉽게 허물어졌다. 벤처기업에 더 많은 씨를 뿌리고 다양성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제조 벤처에 대한 관심을 놓고 있다. O2O 플랫폼 중심의 시대적 흐름을 인정하더라도, 제조 벤처를 등한시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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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경제가 한계 상황에 왔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나 혼자서만 잘 살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제 본 글로벌 기업을 키워야 한다. 매번 정부에서 본 글로벌을 강조했지만, 이번 사태는 시각을 확 뒤집어놓은 계기가 됐다. 글로벌 진출은 어렵고 화려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쉽다. 대표적으로 진단키트 사례가 있다. 실제 1~2개 업체만 자체 기술이 있고, 나머지는 정부에서 많은 국책 과제를 할애해 전파해준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을 보는 시각에 따라 언제든 글로벌로 나갈 수 있게 됐다. 이제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메이드 인 재팬‧저머니’와 같아 졌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박사급 직원이 일하고, 엄청난 초기비용을 들여야만 본 글로벌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기업이 자리 잡고 있는 국내보다 해외가 더 쉬울 수 있다.”
-남은 임기 동안 주력하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이제 임기가 8개월여 남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저는 아직 시간이 많다고 생각한다. 남은 임기동안 벤처확인제도의 민간 이양을 통해 사회혁신운동을 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고 싶다. 운동의 핵심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다. 벤처기업이 본 글로벌을 타고, 스케일업해서 유니콘 벤처가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그때까지 사회 변화가 필요한데, 컨트롤타워와 함께 적극적으로 운동을 펼쳐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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