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 등 과거 인권침해 시설에 강제 수용됐던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에 대해 더는 항소나 상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진행 중인 상급심 소송도 원칙적으로 취하한다는 방침이다.
법무부는 5일 “형제복지원·선감학원 관련 국가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제기한 상소를 일괄 취하하고, 향후 1심 선고가 내려지는 사건에 대해서도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상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외 사례로는 추가적인 사실관계 확정이 필요한 경우 등이 포함된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권을 침해당한 국민에게 신속하고 실질적인 배상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피해자 권리 구제를 더 이상 지연시키지 않고 충실히 실현하겠다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전국 법원에서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652명이 제기한 111건, 선감학원 피해자 377명이 제기한 42건의 국가배상 소송이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그간 일관된 손해배상 기준 정립 등의 필요성을 이유로 일부 사건에 대해 항소 또는 상고해 왔으나, 대법원이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접수된 형제복지원 사건 7건 모두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을 결정하며 2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한 바 있다. 이는 대법원이 본격적인 심리 없이 하급심 판단을 존중한 것으로, 사실상 국가 책임을 인정한 셈이다.
법무부는 “선감학원 사건도 법률적 근거 없이 민간시설에 아동을 강제 수용한 점에서 불법성의 성격과 피해 정도가 형제복지원 사건과 다르지 않다”며 “지속적인 소송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2차적 고통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앞으로 형제복지원·선감학원 사건 외에도 유사한 국가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제기한 배상 소송에 대해서는 신속한 권리 회복과 피해 구제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내무부 훈령과 부산시의 위탁 계약에 따라 약 3만8천 명이 수용됐던 사설 보호시설에서 집단폭행, 강제노역, 학대 등으로 65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감학원 역시 1950년대부터 경기도의 행정 명령에 따라 4천700여 명의 아동이 수용돼 비슷한 인권침해를 겪었고, 최소 29명이 사망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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