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노력해도 '인연'이 없으면 얻기 힘든 무언가가 있는 법이다. 프로게이머 홍진호에게 '1등'이 그러하듯,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겐 '챔피언스 리그 우승 타이틀'이 그렇고 리오넬 메시에게 있어선 '월드컵 우승 타이틀'이 그럴 것이다.
그리고 축구팬들은 또 하나의 '슬픈 인연'을 목격했다. 이쯤 됐으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2·바이에른 뮌헨)는 아무래도 발롱도르와는 인연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레반도프스키는 지난 2019~2020시즌 커리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홀로 34골4도움이라는 엄청난 화력을 앞세워 바이에른 뮌헨의 우승을 이끌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1골2도움을 올렸다. 바이에른 뮌헨은 8강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그런 레반도프스키가 세계 최고 선수 타이틀을 획득할 기회를 완전히 상실했다. 매년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를 선정해 시상하는 발롱도르(Ballon d‘Or) 수상자 선정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64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0일 프랑스 축구잡지 프랑스풋볼에 따르면 올해에는 발롱도르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공식 발표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각국 리그 일정에 차질이 생겼고, 무관중 경기가 열리는 등 여러 특수성을 감안한 결과다.
1956년 제정 이후 해마다 발롱도르의 수상자 선정이 화제가 되어왔다. 하지만 올해에는 사상 최초로 수상자 선정이 전면 취소됐고, 대신 180명의 심사위원이 선정하는 올타임 드림팀을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시즌 그야말로 발군의 경기력을 보였던 레반도프스키로서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갈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어느덧 노장의 반열에 들어선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이적 이후 다소 주춤한 공격 포인트를 보이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를 따돌리고 발롱도르를 수상할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로 유럽 복수의 베팅 업체들에서는 메시, 호날두가 아닌 레반도프스키를 가장 유력한 수상자로 지명했다.
오랜 기간 '월드 클래스' 스트라이커로 활약했지만 발롱도르 순위에는 이름을 올린 적이 없는 비운의 선수. 30대를 넘기며 어느덧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맞이한 레반도프스키는로서는 어쩌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봤을 영광의 순간이 생각지도 못한 변수로 인해 눈앞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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