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빼", "그냥은 못 나가"
전·월세 중인 임차인과 임대인의 대립이다. 임대인은 부동산에 집을 내놓은 상황. 집주인은 세 들어 사는 사람에게 '집을 비우지 않으면 명도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 모습은 현재 영종도에 위치한 한 퍼블릭 골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계약 기간이 끝났으니 나가 달라'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와 '투자한 돈이 많아서 그냥은 못 나간다'는 스카이72 골프앤리조트(이하 스카이72)의 대립이다.
시작은 이랬다. 공사와 스카이72는 지난 2002년 '인천공항 제5활주로 건설이 예정된 토지 등을 2020년 12월 31일까지 임대한다'는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계약 이후 스카이72는 2005년 8월부터 올해까지 15년 동안 골프장을 설립하고 운영해 왔다. 그러나 예정됐던 인천공항 제5활주로 건설이 미루어지면서 공사는 "새 사업자를 찾겠다"고 나섰다. 이에 스카이72는 "제5활주로 건설이 미루어졌으니 계약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나갈 시에는 클럽하우스 등 골프장에 투자했으니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공사는 "기간 연장은 불가능하며 시설물을 무상으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스카이72는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새 사업자 입찰 공고가 권익위의 결과에 따라 진행되리라 예측했다.
그러나 예측은 빗나갔다. 지난 1일 공사는 입찰 공고를 띄웠다. "골프장을 운영할 후속 사업자를 선정한다"고 했다. 그야말로 스카이72와는 선을 그은 것.
입찰에 대한 개요는 이렇다. 제5활주로 부지에 지어진 클래식·바다·오션 코스와 연습장의 임대 기간을 3년으로 하고 이후에는 1년씩 연장하기로 했다. 신불 지역에 마련된 하늘코스는 임대 기간을 10년으로 하고 이후에는 5년 단위로 최장 10년까지만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입찰 제한도 걸려있다. 전문적인 회사에 맡기겠다는 뜻이다. 최근 3년 이상 정규 골프장(18홀 이상)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야 하며, BB+ 이상의 신용평가 등급(컨소시엄 시 BB0 이상)과 320억원 이상의 자본이 필요하다.
입찰을 받으면 내년부터 골프장 운영이 가능하다. 그러나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카이72는 "소송 시 3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새 사업자가 입찰을 받아도 소송으로 3년 이상은 운영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스카이72는 "토지 외의 것들(클럽하우스, 잔디, 수목)은 우리의 소유다. 소유권을 이전받지 못했는데 입찰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공항이 주장하는 시기부가등기에 대해서는 "이는 철거 이행 의무를 확약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기부가등기를 했다고 소유권이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동의 혹은 법정 판결로만 소유권을 받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서 "약 2000억원을 들여 골프장을 조성하게 하고는 기존 사업자에게는 운영권 갱신을 안 해주는 것은 부당하다. 나가야 한다면 공사에 지상물매수청구권과 유익비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제5활주로 건설 시까지 계약을 연장해달라는 것과 만약 나가게 되면 적정 수준의 보상을 원한다는 스카이72 측의 주장이다.
더불어 공사의 재정적인 낭비도 짚었다. 스카이72는 "지상물, 유익비 등을 물어줄 경우 공사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총 1835억원 정도다. 이 금액에는 세금과 철거비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하며 "이는 공사의 재정적인 낭비다. 차라리 최저수용금액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해서 받으면 더 큰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회유했다.
이제 2002년 공사와 스카이72가 했던 계약이 'BOT(Build-Own·Operate-Transfer) 방식의 계약'이냐 '토지 임대차 계약'이냐를 두고 공방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공사가 주장하는 BOT 방식은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시설 완공 후 일정 기간 사업자가 시설을 소유·운영해 투자비를 회수한 뒤 정부나 지자체에 시설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사는 정부나 지자체 등 BOT 방식의 계약 주체가 될 수 없다"며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잘못된 법 적용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해명을 해야 한다. 국정감사 등 상임위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서천범 골프소비자원 원장은 "스카이72는 퍼블릭 골프장을 선도했다. 지금까지 우수한 서비스와 새로운 마케팅을 끊임없이 시도한 곳이다. 공로가 없다고는 볼 수는 없다. 향후 공방전이 지속된다면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법정 싸움보다는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스카이72가 회원사로 속해 있는 한국대중골프장협회의 조창기 전무이사는 "난지 골프장도 법정 분쟁으로 개장 이후에 공원으로 바뀌었다. 골프 대중화를 이끌 수 있는 골프장이 한순간에 사라진 사건이었다. 법적 분쟁보다는 합리적인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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