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로 향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정부의 해외여행 자제 권고에도 요트를 사러 미국에 간 것으로 알려지자 국가 방역에 협조했던 국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회원수 120만명의 국내 최대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5일 "대놓고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 "내가 왜 이토록 여행 취소를 열심히 했나 싶다" "이래놓고 국민에게 여행 자제하라고 할 수 있느냐"며 강 장관 부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의 미국행을 두고 대학생들도 날 선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해외여행 가지 말라면서 외교부 장관 남편이 요트를 구입하러 미국을 가나"라는 글이 올라왔으며, 서울대 재학생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여행 기록을 남기던 블로그 2개를 5일 새벽 모두 비공개·폐쇄 처리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지난 6월에도 그리스 여행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6월은 외교부가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지속하자 전 국가·지역 해외여행에 대한 특별여행주의보를 재발령한 시기다.
외교부는 지금까지 해외여행을 계획한 국민은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정작 외교부 수장의 배우자가 '요트 여행 출국' 논란에 휩싸이자 정치권에서도 '부적절한 행위'라고 못 박았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5일 상무위원회의에서 "연휴 중에 드러난 강 장관 남편의 요트 여행 출국은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김태년 원내대표도 "해외여행 자제 권고를 내린 외교부 장관의 가족이 한 행위이기에 민주당은 부적절한 행위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정부가 방역을 위해 일반 국민에게 여행자제를 권고하면서 고위공직자의 가족은 예외를 두고 있다며 '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외교부 나서는 강경화 장관 [서울=연합뉴스]
강 장관은 추석 연휴 막바지 불거진 남편의 미국행 논란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강 장관은 5일 주한 쿠웨이트대사관 조문을 마친 뒤 복귀한 외교부 청사 로비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계속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도 굉장히 당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틀 전 외교부 실·국장급 간부들과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런 상황에 대해 본인(남편)도 잘 알고 있고, 저도 설명하고 했습니다만 결국 본인도 결정해서 떠난 거고 어쨌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남편에게 귀국을 요청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강 장관은 "(남편이)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간 것이라서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강 장관은 5일 오전 8시 전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출근하면서 평소 이용하던 2층 로비 대신 지하 주차장을 통해 사무실로 이동했다. 취재진이 강 장관의 입장을 듣기 위해 그의 출근 시각에 맞춰 로비에 기다리고 있었던 점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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