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오는 2035년까지 '시진핑 법치 사상'에 입각해 현대화된 법치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특히 세부 과제의 완성 시점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여부가 드러날 내년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때까지로 설정한 게 눈에 띈다.
시 주석의 1인 체제 강화를 위한 또 다른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와 더불어 라이브 커머스와 장기 임대주택 등 그동안 암묵적으로 용인했던 분야에도 메스를 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習 위한 법치, 구체화 나섰다
11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최근 '법치중국건설계획 (2020~2025년)'을 확정한 뒤 전날 공식 발표했다.
당 중앙은 "신중국 수립 이후 법치 국가 건설을 위한 첫 계획"이라며 "각계의 의견을 청취한 뒤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진핑 법치 사상을 심도 있게 관철한 중대한 성과"라며 이번 계획이 시 주석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법치 사상이라는 표현은 지난해 11월 열린 중앙전면의법치국 공작회의에서 처음 등장했다.
회의는 "역사와 현재, 국제와 국내, 이론과 현실을 관통하는 사상"이라고 선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모호하다.
해석 여부에 따라 사회 통제 수위를 높이거나 정적 및 반체제 세력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계획은 2025년까지 중국 특색 사회주의 법치 체계를 초보적으로 형성하고 2035년에는 국가 통치 체계·역량의 현대화를 실현한다는 2단계로 구성돼 있다.
계획은 헌법의 존엄과 권위 수호를 전면에 내세웠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과 국가주석 연임 제한 철폐가 명기된 현행 헌법에 최고 권위를 부여해 권력 집중과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 밖에 △법률·규범 체계의 완비 △엄격한 법 집행 △치밀한 감독·관리 시스템 구축 △규율에 의한 당 관리 △주권·안보·발전이익 수호 등을 차례로 강조했다.
또 군법 제도 완비를 비롯해, 당·정부 조직의 기능 확정, 행정서비스의 전국적 통일, 소송 제도 개혁, 공공 법률 서비스 형성 등의 세부 과제는 20차 당대회가 열리는 2022년까지 완수하기로 했다.
시 주석이 3연임을 통해 본격적인 장기 집권의 길로 들어서기 전에 이를 뒷받침할 제도 개선을 끝내겠다는 의미다.
계획은 "법에 따라 군을 다스리고 집권을 추진하겠다"며 시 주석의 권력 강화를 천명했고 향후 시진핑 법치 사상에 대한 교육·선전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홍콩의 경우 헌법과 기본법이 확정한 질서를 확고히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콩보안법 등을 활용해 반중 세력을 억압하는 정책이 이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참여국의 불만이 확대되는 상황을 의식한 듯 공동 중재 기구 설립도 추진키로 했다.
◆빅테크 이어 왕훙·임대업자 정조준
지난 9~10일에는 베이징에서 중앙정법공작회의가 열렸다. 최고위 당국자들이 모여 한 해 사법·공안 분야의 주요 업무를 확정하는 자리다.
궈성쿤(郭聲琨) 정법위원회 서기 주재로 진행된 회의는 올해 경제·사회적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기로 했다.
회의는 "내부와 외부, 전통적·비전통적, 우연적·구조적 리스크가 뒤섞여 있다"며 "정법 업무가 직면한 도전 압력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법 기관은 위기의식을 높이고 맞닥뜨릴 수 있는 난관을 감암해 복잡한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며 "'회색 코뿔소와 검은 백조(파급력이 큰 위험)'를 엄히 방비하자"고 강조했다.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대상도 언급됐다.
회의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법과 규범에 따른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때리기의 연장선상이다.
온라인 신용대출과 공유경제 등 새로운 산업 분야에 대한 연구 분석도 강화하기로 했다. 알리바바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이 독점해 막대한 이익을 올린 사업들이다.
실시간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도 모니터링 대상이다. 왕훙(網紅·인플루언서)들이 주도하는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접속자 조작과 불량품 판매 등의 논란에 자주 휩싸이고 있다.
민생 문제로 떠오른 장기 임대주택 시장도 규제 대상이다. 지난해부터 경영난에 시달리던 임대 사업자들이 도산하면서 미리 낸 집세도 못 받고 쫓겨나는 세입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시진핑 법치 사상은 '법치'를 명분으로 사회 통제 수위를 높이고 권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독과점 방지와 첨단기술 산업에 대한 규제는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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