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판 나스닥' 커촹반에 몰리는 중국 테크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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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1-01-1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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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바이두]

새해에도 중국 '상하이판 나스닥'이라 불리는 벤처·스타트업 기업 전용증시,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에 중국 테크기업이 몰리고 있다. 중국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을 제재하는 등 미국의 대중 압박 수위가 높아진 가운데서다. 
 
중국 'AI 네 마리 용' 줄줄이 커촹반行

중국 간판 인공지능(AI) 유니콘 기업인 쾅스과기(曠視科技, 이하 메그비)가 커촹반 상장을 위해 최근 중국 중신증권과 상장 주간사 계약을 체결했다고 중국 21세기경제보가 14일 보도했다.

메그비는 주식예탁증서(CDR)를 발행해 커촹반에 상장할 계획이다. CDR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와 유사한 개념이다. 중국은 지난 2018년 차등의결권, VIE(변동지분실체) 구조 등을 이유로 중국 본토 직접 상장이 어려운 해외 상장 중국기업 주식도 중국 본토에서 CDR 발행 형식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처음으로 마련했다.

메그비는 이번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기술과 제품 연구개발, 회사 운영자금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조달자금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메그비가 홍콩 증시 상장을 중단한 지 반년 만에 중국 본토 증시로 귀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메그비는 애초 홍콩 증시에 둥지를 틀 계획이었으나, 미국의 제재로 지난해 6월 결국 무산됐었다. 
 

메그비.[사진=웨이보 캡처]

중국 최대 PC 기업 레노버 산하 인큐베이터에서 안면인식 기술로 시작한 메그비는 현재 중국 안면인식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마윈 전 알리바바 창업자가 눈독을 들이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앤트파이낸셜, 타오바오몰 등 알리바바그룹 계열사는 메그비 지분 29.4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투과기(依圖科技·이투)와 상탕과기(商湯科技·센스타임), 윈충과기(雲從科技·클라우드워크)과 함께 중국 AI '네 마리의 용'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센스타임을 제외한 이투와 클라우드워크도 현재 커촹반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시카메라부터 PC·스마트폰 업체까지 커촹반으로 몰린다

메그비 외에 커촹반 상장을 준비 중인 중국 테크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같은 날(14일) 의료 AI 플랫폼업체인 투이샹의료도 커촹반 상장 초읽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투이샹의료가 성공적으로 커촹반에 안착한다면 A주에 상장하는 첫 번째 AI 의료기업이 된다.

2015년 설립된 투이샹의료는 AI 임상 응용, AI 빅데이터 등 의료 관련 AI를 관리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기업이다. AI 의료기업으로는 세계 최초로 중국 국립의약품관리국(NMPA), 미국 식품의약국(FDA), 일본 의약품의료기구종합기구(PMDA), 유럽 CE로부터 인증도 받았다.

아울러 중국 감시카메라업체인 하이크비전도 지난 8일 자회사 잉스네트워크(螢石網絡·이하 이지비즈)를 분리해 커촹반에 상장하기로 했다. 이지비즈는 영상감시 외 스마트홈 관련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기업이다. 

중국 경제매체 진룽제에 따르면 하이크비전은 "이지비즈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스마트홈 등 혁신 업무의 발전에 속도를 올려 틀에 박힌 '감시'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진=인민망 캡처]

이밖에 중국 최대 PC 기업 레노버(롄샹·聯想)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로욜도 앞서 커촹반 상장 소식을 전한 바 있다. 레노버 역시 CDR 발행 형식으로 현재 보통주 발행물량의 최대 10%인 약 12억3800만주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로욜은 이번 IPO를 통해 전체 주식의 10% 미만인 1억2000만주를 발행한다. 공모가는 주당 120.28위안으로, 총 144억3400만 위안(약 2조4521억원) 상당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로욜이 2조 상당의 자금을 조달한다면 상장 후 기업가치는 577억3600만 위안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IPO 규모로는 중신궈지(中芯國際·SMIC)에 이어 커촹반 역대 두 번째로 크다. 앞서 SMIC는 커촹반 2차 상장을 통해 총 75억 달러(약 8조원)를 조달했다.
 
뜨거운 커촹반 상장 열기...지난해 자금조달액만 34조원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IPO 시장은 꽁꽁 얼어 붙었지만 중국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세를 보인 4월부터 IPO 시장이 활기를 띠었다.

특히 커촹반 상장 열기가 두드러졌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에 따르면 지난해 145개사가 커촹반 상장을 완료했고, 커촹반을 통해 조달된 자금 규모는 2022억 위안(약 34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A주 자금조달액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규모다. 지난해 A주 시장에서 총 395개사가 IPO를 추진했고 총 4719억 위안 자금을 조달했다.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기술·벤처기업 전문 시장인 커촹반은 지난 2019년 6월 정식 출범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18년 11월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나스닥 같은 기술주 전용 시장을 개설하겠다고 밝힌 지 7개월 만에 일사천리로 설립됐다.

커촹반은 사업성이 우수한 기술 기업이 기존 증시보다 손쉽게 상장할 수 있게 해 주는 상장 특례 제도가 운영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존 중국 증시에는 적자 기업은 상장할 수 없지만 커촹반에서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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