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7월 정식 출범한 커촹반은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추가로 설치된 벤처·스타트업 기업 전용 증시다. 미·중 갈등 고조 속 중국 혁신기업의 안정적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 조달 채널로 만들어졌다.
◆3년간 439개사 커촹반에 상장...약 124조원 조달
25일 중국 경제 매체 중국경제시보 등에 따르면 중국 당국의 파격적인 규정 덕분에 지난 3년간 커촹반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우주항공 등 최첨단 과학기술로 대표되는 '잉커지(硬科技, 하드코어 테크놀로지)' 기업의 테스트필드에서 상징 메카로 거듭났다며 앞으로도 자본 시장과 기술 혁신을 보다 잘 융합해 중국 첨단 기술 기업의 선순환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전했다.
커촹반 상장사는 지난 21일 기준 439곳으로 늘었다. 지난 2019년 70개에 불과했던 상장사가 3년 만에 5배 이상 오른 것이다. 상장사가 증가하고 돈이 몰리면서 시가총액(시총)도 3년간 6배 이상 올랐다. 지난 3년간 커촹반에 몰린 기업공개(IPO) 자금 조달액은 6400억 위안(약 124조원)으로 집계됐다.
◆"커촹반, 올해 하반기 A주 강세장 이끌 것"
이는 A주(본토 증시)의 조정장 속에서도 대체로 양호한 성적표를 거둔 것이다. 이에 따라 커촹반이 중국 본토 증시에서 가장 먼저 전환점을 맞아 올해 하반기 A주의 강세장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저상증권은 중국 시장의 부진에도 지난 4월 말부터 7월21일까지 커촹반 추적 지수인 커촹50지수가 30% 가까이 오른 점을 근거로 내세우며 현재 커촹반이 반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올해 하반기 커촹반이 가장 먼저 저점에서 벗어나 전체 중국증시를 이끌어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촹진허신펀드 역시 지난 7월에 39조원이 넘는 비유통주(보호예수) 해제 물량이 쏟아졌지만 대주주들이 물량을 내놓지 않으면서 시장 수급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커촹반 거래에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난 점도 주목하며 상하이증권거래소는 해외 자본이 커촹반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편리한 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국인 투자자가 커촹반에 쏠릴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실제 커촹반 거래에서 외국인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9%로, 2020년보다 7%포인트(p)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中 전정특신 강소기업 육성 '속도'...커촹반 주요 자금 조달 창구 기대
최근 중국 지도부는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에 따라 '전정특신(專精特新)' 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커촹반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커촹반이 전정특신 기업을 육성하는 데 필요한 주요 자금조달 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전정특신은 전문성(專), 정밀성(精), 특별함(特), 참신함(新)을 가진 강소기업이란 뜻이다. 이들 기업은 주로 차세대 IT, 신에너지, 신소재, 바이오·의약 등 첨단산업 분야에 속해 있다. 전정특신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수준이 높고 △완비된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시장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커촹반엔 30% 이상이 국가급 전정특신 강소기업이다.
중국 당국은 이미 지난 2011년 전정특신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기술 자립을 강조한 2019년에서야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19년 5월부터 전정특신 기업 명단을 매년 발표했었다. 당시 248개사를 지정한 데 이어 2020년 11월 1744개사, 지난해 7월 2930개사에 전정특신 인증을 줬다.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도 강화했다. 지난 4월에는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은 '과학기술혁신 재대출' 프로그램을 만들어 금융 기관의 IT 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를 유도한다며 2000억 위안(약 38조원) 규모의 과학기술 혁신 재대출 자금을 조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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