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공사장 '소음·분진법'…60번 과태료 맞아도 갈 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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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1-01-3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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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상식적인 소음 측정 4회 이상 위반해야 '조업 정지'

  • 공사시간 제한해봤지만, 과태료 처분 외 처벌규정 無

  • 건설사 "근원은 원가도보다 낮은 분양가 규제에 있다"

건설현장 인근 소음 및 분진 관련 분쟁이 끊이지 않는데도 허점투성이로 방치된 관련법 탓에 주민과 건설사 분쟁이 속출하고 있다. 처벌규정이 아예 없거나 강제성 없는 개선명령, 과태료 처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건설사 측에서는 근본적인 원인이 원가도 건지기 어려운 분양가 규제에 있다고 봤다.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래미안 원베일리의 사례에서 정부가 책정했던 분양가격이 공사원가보다 더 낮았던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서울의 한 공사현장 전경. 본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사진 = 김재환 기자]

31일 본지 취재결과,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A구청은 27일까지 모 건설현장을 상대로 지난 6개월여간 60여건의 소음·진동관리법 위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같은 기간 접수된 민원만 79건에 달한다. 한 달에 약 10건꼴로 민원과 과태료 처분이 있었다는 얘기다. 공사로 인해 공사장 인근 주민들은 5GB 이상의 자료를 모아 소송 준비에 나섰다.

관할 구청은 갈등을 중재하고 싶어도 관련 규정이 없기에 난처하다고 밝혔다. 민원이 들어오면 사실확인 후 과태료 처분하고, 건설사는 과태료를 물면서 공사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온 것이다.

민원인 김모씨는 ”새벽공사와 소음, 분진에 주변 피해가 막심하다“며 ”건설사는 행정지도를 받으면 시정하겠다고 하고선 바로 다음날 새벽공사를 하는 식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A구청 관계자는 “법이 있어야 적극적으로 조치하든 갈등을 중재하든 뭔 수를 내겠는데, 법에 규정이 없으니 답답하다”라며 “근본적인 문제는 법에 있다”고 말했다.

소음을 측정하는 방식도 소음진동공정시험상 적합한 장비를 특정 기준에 맞춰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새벽에 건설현장 인근 주민들의 집 안에 몇시간 이상 측정기를 설치하는 등 현실적으로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기 때문이다.

외부 옥상 등에서 상시 측정할 수도 있지만 차량 소음이나 공사장 외 소음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구청이 건설현장 조업 정지 처분을 하려면 측정기로 4회 이상 기준치 이상의 소음을 탐지해야 한다. 

분진은 별도의 측정방법이 없고, 분진 저감시설을 설치했는지만 따진다. 분진이 아무리 많이 발생해도 저감시설만 설치해두면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건설사 측에서는 갈등의 근본적 원인이 공사 수익인 분양가격을 건설원가 이하로 낮춘 정부 규제에 있다고 봤다. 주변 피해와 갈등을 최소화하고 싶어도 불가능한 여건이라는 것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어떤 기업이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면서 이렇게 공사를 하고 싶겠냐“며 ”공사 기간을 하루라도 줄이고, 투입되는 인력의 인건비를 최소화해야 손해는 보지 않으니까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자료 = 국토부]

실제로 지난 10일 3.3㎡당 5668만원으로 책정된 ‘래미안 원베일리’ 분양가상한제심사 결과를 보면, 택지감정평가액(땅값) 4204만원과 기본형 건축비 798만원, 가산비(친환경 설비 등) 666만원이 반영됐다.

분양가상한제심사를 받기 전에 지난해 7월 정부의 고분양가심사에 따른 분양가격이 3.3㎡당 분양가격은 4892만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땅값과 기본 건축비도 충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던 셈이다.

또 다른 건설사도 ”분양가격이 어차피 주변 집값 시세보다 낮다면, 정상적으로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수준만 보장해줘도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해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갈등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민원인 김모씨는 ”분양가 탓이라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해명“이라며 ”애초에 사업을 수주할 때 손실을 보는 현장을 수주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무리한 공사는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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