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코스피는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 전망을 놓고는 전문가들 의견도 분분하다. 밸류에이션(내재가치 대비 시장평가) 부담이 높아진 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점치는 쪽과, 단기 급락 후 안정세가 한동안 이어질 거란 분석으로 갈린다. 중장기적으론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지금은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면서도 밸류에이션 부담은 비교적 낮아, 연말까진 3300~3400까지 코스피가 추가로 오를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기업실적 개선이 가시화되면 3400 이상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7일 증권사 연구원들에 따르면 코스피는 한동안 일정한 폭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박스권 장세를 나타내다, 장기적으로는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측됐다.
김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론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조정 가능성이 있다"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많이 높아졌다. 역사상 최고치 수준"이라고 했다. 실적 회복세에 비해 주가 상승세가 빨라 실적-주가간 괴리가 커졌고, 이 부분이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거란 설명이다.
코스피는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지난 1월 8일까지 10거래일간 418.5포인트(15.3%) 치솟았다. 1월 6일 하루를 빼고 9거래일 상승했다.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은 현재 14배로 10년 평균(9.8배), 5년 평균(10.1배)보다 높다. IT 버블 기간인 2000년 6월(20.1)보다는 낮지만,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07년 7월(12.95)보다는 높은 수치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지난 5일 시장은 급락 이후 안정(회복)을 찾는 과정의 연장이다. 이벤트에 반응한 결과는 아니다"라며 "이번주 역시 지난주와 같이 안정세(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3.08포인트(1.07%) 상승한 3120.63으로 마감했다. 4일 공매도 금지 연장 조처에 외국인과 기관이 물량을 쏟아내며 3087.55까지 추락했지만 하루 만에 회복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장 초반 순매도세를 보였지만 막판 태세를 바꿔 각각 1862억원, 2352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장 초반 819억원을 사들이며 매수세를 이어가는 듯했지만 결국 3990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과 외국인은 프로그램(차익) 매수를 통해 순매수로 전환했고, 개인은 관망심리가 짙어지며 순매도로 전환했다는 풀이다.
이진우 팀장은 "추세를 꺾을 만한 변수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안정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발 테이퍼링(긴축) 우려도 잠잠해졌고 게임스톱발 유동성 노이즈도 상당 부분 진정됐다"고 했다. 또 "이번주는 설 연휴가 끼어 있고 개별적 실적발표 외엔 별다른 이벤트가 없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장기적으로는 우상향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김지윤 연구원은 "과거 금융위기 때 흐름을 따라간다고 보면 된다"며 "경기회복 국면에 들어서면 실적이 오르고 주가상승을 뒷받침할 것이다. 현재까진 유동성이 뒷받침한 유동성 장세였다면 앞으론 실적 장세로 넘어간다는 것"이라고 했다.
코스피 추가 상승여력이 높다는 의견은 자산가들의 전망과 궤를 같이한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11일부터 22일까지 총 863명의 10억원 이상 자산가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405명(46.9%)이 코스피 4000포인트 돌파를 예측했다고 전했다. 3500포인트까지 갈 것으로 전망한 고액 자산가도 312명(36.2%)으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김지윤 연구원은 "5년 평균 PER로 미뤄봤을 때 현재 밸류에이션 부담은 금융위기 때만큼 높지 않다"며 "연말까지는 적어도 3300~3400까지 상승여력이 있다. 추가 실적 상향조정이 있으면 3400 이상도 가능하다. 금리인상, 기업부채 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은 높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수출 증가세만 꺾이지 않는다면 지수는 더 갈 수 있다"며 "현재는 코로나19 등으로 미주·유럽 공장가동이 멈추며 수출이 증가한 상태"라고 했다. 또 "코로나19 위기가 해소되면 일시적으론 수출이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해외 공장 재가동에 따라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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