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연휴가 끝나자 들려온 뉴스...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
언론들은 일제히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 박범계 장관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사진= 장용진 논설위원]
논란이 된 것은 그가 국정원 기조실장에서 민정수석으로 옮겨온지 두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검찰 인사 직후에 벌어진 일인만큼 그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일찌감치 그의 사의표명 이유를 '인사 패씽' 때문이라고 또다시 패씽론을 들고 나왔다.
(도대체 누가 어쨌다는 소리만 들리면 패씽이래)
[사진- 장용진 논설위원]
심지어 일부 언론은 '여권 및 법조계 인사'를 거명하면서 구체적으로 '패씽설'을 퍼뜨리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하지만 아주경제 취재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패씽과는 관련이 없었고 굳이 이유를 따지자면 윤석열 검찰총장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는 듯 했다.
[사진=장용진 논설위원]
신현수 민정수석은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개혁의 선봉에 섰다. 국정원 개혁에 있어서 신현수 수석만한 공로를 세운 인물은 없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하지만 신 민정수석이 청와대로 오자 여권 주변에서는 우려가 나왔다. 그가 전형적인 '검찰주의자'인데다 윤석열 검찰총장, 한동훈 검사장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국정원 개혁에서는 적임자였는지 몰라도 검찰개혁에 있어서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사진=장용진 논설위원]
민정수석에 부임한 신현수 수석비서관은 청와대와 검찰 사이의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보기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호하려 한다는 지적도 일었다. 어쨌든 그가 윤 총장을 향해서도 청와대와 관계개선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으며 이를 위해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부를 열심히 설득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사진=장용진]
그의 이런 노력은 일단 문 대통령의 허락을 받는데 성공한다. 박범계 장관으로부터도 어느 정도 양해를 얻어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의 역할은 그 이상 나가지 못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청와대 소속인 신 수석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인간적으로 친하지만 그의 중재를 따를 생각은 없었던 셈. 다만, 박 장관의 첫 검찰인사에서 자신의 요구가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는지를 보고 태도를 정하려 했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실제로 검찰인사를 앞두고 박 장관과 만난 윤 총장은 '자기사람'들을 구제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 수석에게도 같은 뜻을 전했다. 무엇보다 한동훈 연구위원의 복귀를 관철시키려 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사진=장용진 ]
문제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한동훈의 복귀를 청와대나 법무부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데 있었다. 신 민정수석이 의견조율을 위해 열심히 뛰었지만 한계를 명확해 보였다.
그러자 윤 총장은 '원전 수사'와 관련해 백운규 前산업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누가 보더라도 '더이상 타협은 없다'는 것을 공표한 것으로 보였다.
한참 청와대를 설득하고 있던 신 민정수석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더 이상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은 물론이고 이전보다 상황이 악화되버렸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가면서까지 중재역을 자임했지만 성과는 커녕 망신을 당한 셈이었다.
믿었던 친구 윤석열 총장에게서 사실상 '뒷통수'를 맞은 신 수석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 밖에 없었다.
[사진=장용진]
일부에서는 이와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신 민정수석이 검찰인사 과정에서 패씽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정부 시스템도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게 정부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사진=장용진]
검사의 인사권은 대통령-법무부 장관에게 있다. 민정수석은 보좌기관에 불과하며 권한 역시 법률보다 아래인 시행령에 규정돼 있다. 조언을 할 뿐 법률적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즉, 패씽이 아니라 원래 결정권이 없는 것이다. 조언을 했으면 패씽을 당한 건 아닌 거다.
[사진=장용진]
더군다나 신 수석의 입장에선 '패씽'을 운운할 입장도 못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굳이 나서서 검찰과 중재를 하겠다고 나선 것부터가 사실 적절치 못했다. 감히 임명직 검찰총장이 국민의 직접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에서 덤비겠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그런 총장이 대통령과 협상을 하려하고, 그 중재를 대통령의 참모가 한다는 것부터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그나마 그 '부적절한 중재'는 실패했다.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사진=장용진]
한편, 대검찰청에서는 '원전수사'와 '김학의 출국금지' 등 문재인 정권을 향한 수사를 계속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일선 수사검사들 사이에서 무리한 수사를 피해 빠져나가려는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감지된다. 실제로 원전수사팀에서는 최근 2명의 검사가 유학 등을 이유로 수사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장용진]
- 기자 정보
- 장용진
- ohngbear@ajunews.com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