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 연루 관계자 14명은 지난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경기 광명·시흥 일대 총 2만3028㎡ 규모 10개 필지를 샀다.
문제는 해당 직원들이 개발 정보와 같은 ‘업무상 비밀’을 사전에 알기 어려웠다는 데 있다. 국토부와 LH 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광명·시흥 개발 논의는 빨라야 올해 초 처음 나왔다.
법률 전문가뿐 아니라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투기 의혹에 관한 법률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광명·시흥지구는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초대형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됐다가 4년 만에 무산된 바 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공기업 재직자가 업무상 특기를 활용했다는 점에 감정적으로 분노할 수는 있어도 법률적으로 유죄를 입증하기가 매우 어려워 보인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연일 공직자의 투기를 원천 봉쇄하는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사후에 잡아내기 어렵다면, 아예 부동산으로 이익을 보는 행위 자체를 막겠다는 취지다.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업무상 정보로 얻은 이익의 최대 5배를 환수하고 임직원의 부동산 현황 공개를 의무화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냈다. 처벌 수준을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기존 대비 2배 높이고 부당한 이익을 몰수하는 내용이다.
장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부패방지법에 부당한 이익을 환수하는 내용이 있지만, 공직자의 범위에 관한 법률 다툼 여지가 있어 공공주택특별법에 명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새 법을 소급 적용하긴 어렵고 문제가 된 직원들은 형법상 배임이나 횡령 등으로 처분하는 방법도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홍남기 부총리, 이낙연 민주당 대표, 변창흠 국토부 장관까지 정부여당 주요 인사 모두 ‘엄정 처벌’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이번 사태가 용두사미로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변 장관도 지난 4일 현안 브리핑에서 “어느 정도까지 처벌 가능한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엄정 조치할 방침”이라면서도 “철저히 조사하겠다”거나 “관련법에 따라 응당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는 수준에서만 답했다.
현행법(부패방지법·공공주택특별법)으로 봤을 때 업무 관련성이 입증된다고 해도 최고 수준의 처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이번 투기 의혹을 제기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이강훈 변호사도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어렵다”며 “택지개발 정보를 지나가는 말로 얻었는지 기록이 남는 문자나 전화로 알게 됐는지 증명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이런 사안으로 많은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개발 관련 업무 담당자의 토지 취득을 원천적으로 막거나 국토부나 지자체에 상시적인 수사권을 주거나, 개발 논의가 시작된 시점 이후 (부동산) 취득자 모두를 현금청산 대상으로 삼는 등 근본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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